노무현 대통령 기록물 열람 국회통과를 보며
참담하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야만스러운 행태에 분노가 치민다. 우리에게 '역사(歷史, Hostory)'라는 것은 참으로 과분한 용어에 불과함을 느낀다.
그저 역사는 대하드라마에서나 즐기는 오락물이거나, 자신의 유식을 뽐내는 지식쪼가리에 불과하거나,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민족의 과대망상증의 산물에 불과하거나, 그저 문명국가 흉내나 내볼려는 졸부들의 명품 쇼핑에 불과한 게 아닐까?
E.H.Carr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역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끝없는 대화"라고. '대화'. 우리는 과거를 살았던 사람들이 남긴 기록과 유산을 통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남기는 기록을 통해 미래를 살아갈, 아직 잉태되지 않은 후세들과도 대화를 나눌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대화는 기록이 존재할 때 가능하다. 기록이 존재하지 않으면 대화는 불가능하다. 그저 새롭게 돌탑을 쌓아야 할 뿐.
인간의 역사가 진보했는가? 진보했다면 무엇을 토대로 진보했는가? 바로 역사다. 다 아는 내용인가? 알면 뭐하는가? 그저 자기 아는 체 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쪼가리가 필요한 것은 아닌가?
많이 배우면 무엇하는가? 학벌이 제 아무리 좋으면 무엇하는가? 그 배움이 그저 자기 밥그릇이나 늘리고, 재물이나 늘리고, 권력이나 탐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면, 그 무슨 낯짝으로 하느님을 뵈올까?
이건 사화(士禍)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기록물이 1년도 되지 않아 국회의 투표로 뚜껑이 열렸다. 연산군이 지 어미의 죽음을 알기 위해 사초를 뒤지고, 하여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는 피바람을 몰아쳤던, 바로 그 사화다.
하지만 사태를 직시하자. 기록물 열람이 처음이 아니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 바로 상식을 추구했던 노무현, 그리고 그 노무현과 동지로 함께했던 그 세력들은 오래전에 사화를 당하고 있었다.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한 설계도를 준비했던 그 노무현 세력은 2004년 3.12 탄핵으로, 2007년 열린우리당 해산으로, 영남과 호남과 충청에 기반을 둔 지역주의 세력으로부터 내쫓김을 당했다. 마침내 2007년 대선으로 죽임을 당하고 사약을 받았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노무현 세력'이 두려울 뿐이다. 계속 죽여야 할 대상일 뿐이다. 단지 한나라당과 검찰이라는 충견만이 노무현 세력을 죽이고 싶은 건 아니다. 그건 민주당과 한겨레, 오마이라는 '반한나라당'이라는 '적대적 공존관계'를 유지하는 또다른 기득권세력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오늘날 기록물 열람 국회통과라는 현실로 나타났을 뿐이다.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 끊임없이 죽임을 당해야했던 조선시대의 신진사대부들, 그들의 역사가 21세기에 다시 재현되고 있을 뿐이다.
당신들 눈에는 여전히 민주당이 '같은 편'으로만 느껴지는가? 한겨레가, 오마이가? 그렇다면 당신들은 역사 따위는 거추장스럽고 퀘퀘묵은 낡은 책에 불과할 것이다. 고리타분할 뿐이다.
본질을 직시하라. 전임 대통령이 남긴 기록물을 1년도 되지 않아 뚜껑을 열어재끼는 역사의식 따위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반민주적인 탄핵을 저질러놓고도 반성 한번 안하는, 당내 경선에서 온갖 추잡스러운 반민주적인 작태를 저질러놓고도 뻔뻔스럽게 민주, 개혁을 입에 달고 다니는, 민주당과 한겨레 오마이 따위를 여전히 '노무현 세력'과 '같은 편'이라고 우길 작정인가?
역사는 그냥 과거가 아니다.
"역사가 기록할 것이다?"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그 역사를 기록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그 역사를 평가하는 주체는 또한 누구인가? 역사적 정통성 따위는 따질 필요없다는 저 뉴라이트 같은 놈들도 역사를 기록하고 평가하고 있다. 그래도 되는가? 친일의 역사를 미화한다. 그래도 되는가?
친일의 역사를 이어받은 정당은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면 민주당은 역사를 기록할 자격이 있는가? 역사는 그런 것인가? 그저 힘있는 놈들이 기록하는 것이 역사인가? 그런 역사는 후세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역사인가?
역사는 내가 쓴다. 꼬운가? 꼬와도 할 수 없다. 내가 쓴다. 우리 시민이 쓴다. 정치판 나부랭이들은 꺼져라. 역사적 정당성을 갖고 있는, 민주주의 역사의 정통성을 지키고 있는 내가 쓴다. 끊임없는 사화로, 사약을 받고 죽임을 당하고 시골로 낙향한 신세들이지만, 500년전 조선의 역사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죽고 또 죽고, 끊임없이 죽임을 당하고 또 죽임을 당하는 사화가 이어지더라도, 역사적 정통성과 정당성을 가진, 올바른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들이 그 씨가 말라 멸종하지 않는 한, 오늘의 참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평가하고 사상으로 세운다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을.
비록 한줌밖에 남지 않는 노무현 세력이지만,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그것이 역사를 통해, 선조들과 나눈 대화를 통해 배운 것이다.
역사의 주체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주체답게 행동하라. 현실에 멱살잡혀 끌려다니는 의식의 노예들은 역사를 기록할 자격이 없다. 그 노예들에게 역사 따위는 거추장스러운 장식품에 불과하다.
민주당이 여전히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의 편'이 아니다. 나에게 그들은 올바른 역사를 세우기 위해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노예근성에 쩔어있는, 정치모리배들에게 멱살잡혀 질질 끌려다니는 노예들과는 상종하지 않는다.
역사의 주인으로서, 민주주의의 주체인 시민으로서, 역사를 배반하는 정치모리배들을 길들이지 못한다면 차라리 시퍼런 칼날로 목을 베어 죽일 것이다. 그 정치모리배들을 감싸고 도는 노예들도 함께 참형으로 다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