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래미를 봉하로 보내며
노무현 대통령님 퇴임하시는 날 봉하에서 올라오며 딸래미에게 약속을 했습니다. 조만간 다시 오자고,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님과 밥도 같이 먹자고... 결국 대통령님 서거 소식을 듣고서야 봉하로 향하게 되었고, 저는 이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아빠가 되었습니다. 딸은 이런 아빠를 쉽게 용서하지 못하고 차에서 내내 구박했습니다.
매일 눈물 속에 보내는 저를 보면서 토닥여 주던 딸아이의 작은 손길을 타고 전해지는 따스함이 저를 많이 위로하고, 그래서 또 눈물이 흐르곤 했습니다. 어느 때는 인터넷으로 노짱님 동영상을 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딸아이와 부둥켜 안고 통곡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만 우시고 더욱 열심히 글을 쓰셔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딸은 저의 친구이자 노무현과 유시민이라는 같은 팬클럽 회원이기도 하고, 정치적 동지이기도 합니다.
참꿈 순례단이 공주에 온다는 연락을 전날 밤에야 받고서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동참했기에 좀 많이 힘들었습니다. 특히 내리 쬐던 그 햇빛의 강렬함은 의지에 찬 어른들의 눈빛까지 흔들거리게 할 만큼 매서웠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대로 봉하까지 걸어가고 싶다는 딸아이의 의지를 말릴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갈 수 없는 이 아빠의 마음까지 담아 가겠노라는 말이 동지로서 더 없이 고마웠습니다.
이렇게 딸을 봉하로 보내고서야 이 긴 여정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나는 왜 이 길을 그토록 따라 가고 싶었을까? 나는 이 길에서 딸아이가 무엇을 얻기를 바라고 있을까? 그리고 딸아이에게 이 길은 무엇인가? 이런 저런 생각의 편린들이 어지럽게 방치되어 있던 제 책상처럼 정리를 요구하며 답을 찾아 헤맵니다.
49제에 참석하기 위해서라면 간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던지 자가용을 이용하면 됩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이러한 편리함을 포기하고 걷고 있습니다. 더구나 걸어간다고 하더라도 그냥 서울에서 봉하까지 직선으로, 단코스로 걸어가면 되는데 그 두 배의 거리가 될 만큼 전국을 돌며 돌며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여정이 가지는 모순 중에서 저와 딸아이에게 가장 핵심적인 것은 저와 딸이 기독교인이기에 49제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동참하지 않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하여 전국을 돌아 돌아 걸어서 봉하까지 가는 길을 걷고 있는 그리스도인 딸과 보내는 목사 아빠라는 이 이상해 보이면서도 열망스런 그림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처럼 가장 원시적인 방법보다 더 미련해 보이는 이 여정, 배교의 길이라고 비난 받을 수도 있는 이 여정에 동참해서가 아니라 동참하지 못해서 몸살이 날 만큼 마음을 빼앗기는 이유를 이렇게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서야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 답은 바로 ‘사람’입니다.
이렇게 걸어가면서야 비로소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차를 타고 갔다면 너무도 빨리 흘러버려서 ‘그들’일 수 밖에 없고, 이는 ‘그것들’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걸을 때에 결코 ‘너’가 될 수 없던 사람들이 친구가 되고, 동지가 되고, 동행이 됩니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걷고 또 걷고, 500km의 길을 전국으로 돌고 돌아서 1000km 길을 걷는 것이니 ‘사람’이라면 어찌 마음이 끌리지 않겠습니까!
이는 3년 이상 걸어 다니시면서 ‘사람’을 만나셨던 예수님의 여정과 같은 것입니다. 예수님의 여행을 무슨 지지자나 세력을 형성하기 위한 전략적 행위로 이해한다면 도저히 설명될 수 없습니다. 그분은 ‘사람’을 만나고자 다니신 것입니다. 그렇게 참세상을 여셨습니다. 사람을 이처럼 ‘사람’으로 만나기 원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또 모이며, 만나고 또 만난다면 비로소 이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 되는 것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 이것이 바로 바보 노무현이 꿈꾸던 세상입니다.
이제야 비로소 온전히 온 맘으로 사랑하는 딸래미를 봉하로 가는 길로 보냅니다. 이 길이 세상이 오염시키고, 이명박이 망쳐 놓은 학교 교육보다 훨씬 값진 진리를 알려줄 것이라 확신하며 기쁘게 보냅니다. 가는 동안 만나게 될 참 사람들의 진정어린 포옹이 이 아이에게 무한이 넓은 사랑의 저수지를 만들어 줄 것을 믿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의 참모습을 보며 노무현 대통령님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고, 저처럼 그것으로 예수님에 대해서 더 깊이 깨닫게 될 것입니다.
딸아이가 만나는 모든 참사람들에게 한마디씩 적어달라고 내밀 수첩을 한 보따리 챙겨 보내야겠습니다. 매일 100 페이지짜리 수첩이 매일 모자라도록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20여일 후에는 그 참사람들과 정결한 눈물의 소통으로 봉하에서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이 글을 읽으신 여러분께 제 딸아이를 만나시어 ‘노무현 대통령님과 너희 아빠 이사야가 보내서 왔다’고 말씀해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따스한 봄 볕 같은 노란 물결이 넘실 거리는 거리를 그리며, 그 속에서 더 성숙해진 딸아이를 만날 감격의 눈물을 미리 흘려봅니다.

임진각에서 봉하까지, 약 1000km 30일의 걸음을 걷는 이들이 있다. 이들의 30일은 한 사람을 위한 길이다. 지난 23일 서거하신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제에 맞추어, 그 분과 마지막 걸음을 걷고 있는 것이다. “시민주권”, “ 참여 민주주의”, “국민 통합”, 노무현 대통령의 평생 정치과제를 당신이 사랑했던 땅을 걸으며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이다. 불교예식으로는 49제까지는 영혼이 이 땅에 머문다니, 49제에 맞추어 대통령과의 마지막 걸음을 걷는 것이다.
달바라기, 날밤, 두 사람이 출발했다. 노무현을 많이 사랑한 두 사람은 그냥 뭉쳤다. 특별한 계획도 없었다. 그저 누군가, “한 번 걸어 보면 어떨까?”라는 의견에, “그래 걷자. 그 분께 마지막 사랑을 드리자.”이렇게 다짐했다. 노 대통령의 재임시절, 개헌신문을 들고 전국을 누비던 열정을 당신이 마지막 가는 길에 다시 한 번 드려보자는 것이 유일한 이유였다.
준비도 일사천리였다. 우선 출발하고 부족한 것은 함께 채워가자는 것. 티셔츠와 몸자보를 주문하고, 카페를 개설했다. 카페 이름은 “시민참여로 이루는 노무현의 꿈, 참 꿈”이다. 당신은 인권변호사에서 대통령, 그리고 퇴임 후 봉하의 삶까지 이 나라가 상식과 원칙, 국민통합에 이르는 꿈을 꾸며 살아왔다. 당신은 이 꿈을 이루지 못하고 가겼지만, 당신이 뿌린 씨앗은 이제 시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각오를 담고 출발한 것이다.
달바라기, 노사모 사무국장 출신으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장례 기간 동안에는 시민들이 남긴 마음의 고백들이 정부에 의해 훼손되거나 다시 보지 못할까 걱정되어 서울역의 방명록을 이틀 밤을 세워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
참꿈 게시판에는 이 길을 떠나는 달바라기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렇게 시작한 걸음이 일주일을 넘어 오늘로 8일째다. 그 동안 쓸쓸히 걸었던 날도, 여럿이 함게 걸었던 날도 있다. 참여하는 분들의 마음도 다 다르다. 그 걸음이 안쓰러운 사람도, 반가운 사람도, 그리고 고마운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모든 걸음에 담긴 간절한 소망이 있다. “대통령님, 우리가 함께 그 꿈을 이뤄 가겠습니다. 당신의 땅, 함께 걸으시고 이제 맘 편히 가세요. 사랑합니다.”
18일인 오늘, 이들은 충남 연기군을 걷고 있다. 행정수도가 들어서는 곳이다. 균형발전은 노무현 대통령의 가장 큰 꿈 중 하나이다. 함께 살아가는 나라, 그 중엔 사람과 사람도 있고 지역과 지역도 있다. 도시와 농촌도 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있다. 그 꿈의 하나가 행정수도로 현실화 되고 있다. 오늘 그곳을 걷는 그들은 또 다른 참꿈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을 것이다.
출발은 두 사람이 했다. 그리고 이제 한 사람이 늘어 셋이 되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유명인사도 아니다. 단지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그와 함께 꿈꾸며 보내드리고 싶은 작은 사랑의 마음을 가진 이들이다.
이들에게 힘을 보태주면 어떨까,
이들이 누군가와 함께 걸으며 당신의 꿈을 함께 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으면 어떨까,
구간별로 참여해서 함께 걸을 수 있다.
카페에 들러 응원의 메시지 한 번 남겨 주는 것도 힘이 될 것 같다.
참꿈 카페: http://cafe.daum.net/charmggum
우리 대통령, 노무현의 마지막 길에 함께 하는 이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