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식품의약품안전청(KFDA)에 대한 국정감사를 하고 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식약청에는 사건이 많습니다. 불량만두소 사건, PPA 성분 함유 감기약 파문 등 식품과 의약품 안전에 관한 크고 작은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의원들의 질의도 이런 문제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남들이 별로 눈여겨보지 않는 문제를 짚는 데 주력하기로 했습니다. 주제는 국가연구개발사업(국가R&D)과 업무의 정보화입니다.
어제 감사에서 제가 “자나깨나 돈 걱정”이라고 하자 모두들 크게 웃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이 국가 R&D 예산이 잘못 집행되는 것을 보면 그 돈이 너무나 아깝고, 납세자로서 국민의 혈세가 어수룩하게 쓰이는 게 몹시 분합니다. 그래서 식약청이 과연 식품 의약품 안전관리에 꼭 필요한 연구주제를 선정하는지, 혹시 식약청 자체 연구인력이 편하게 연구보고서를 쓸 수 있는 그런 주제를 선정하는 건 아닌지, 실제로는 별로 필요하지 않은데 해당 분야의 어떤 대학교수가 자기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고 연구업적을 쌓는 데 도움되는 연구주제를 외부 연구용역 과제로 선정하는 건 아닌지 꼼꼼하게 들여다보았습니다. 또 연구 주제 하나에 평균 6천만 원의 국가예산을 지원받는 연구자들이 성실하게 연구를 하는지, 불성실한 결과를 제출한 연구자에게는 어떤 불이익을 주는지, 좋은 성과를 낸 연구자에게는 어떤 보상을 해주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우선 연구주제와 책임연구자를 선정하는 과정이 그리 투명하지도 않고 믿음직하지도 않습니다. 연구결과를 학술지에 발표할 의무도 없습니다. 연구보고서 35부를 제출하는 것으로 그만입니다. 누가 읽는지, 몇 사람이나 그것을 활용하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연구의 성과에 대한 평가도 있으나마나합니다. 지난 해 5백여 건의 연구보고서 가운데 미흡으로 평가받은 사례는 단 한 건에 불과합니다. 불성실한 또는 훌륭한 연구결과를 낸 연구자에 대해 어떤 특별한 실질적 불이익이나 보상도 없습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2003년도 국가 R&D 사업 평가에서 식약청의 식품 의약품 안전관리 연구사업이 사실상 최하위 등급인 D학점을 받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연구주제 선정 - 연구자 선정 - 연구 진행 관리 - 연구결과 평가와 활용 - 평가 결과를 다음 년도 연구주제와 연구자 선정에 반영하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업무관리와 순환 시스템이 자리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이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새 식약청장이 저의 문제의식에 동의하면서 큰 틀의 변화를 약속하였기에, 임석한 보건복지부 담당국장에게 보건복지부가 집행하는 국가 R&D 사업의 효율성과 투명성에 대한 정밀 경영진단 실시를 장관에게 건의할 것을 주문하고 어제 감사를 마감했습니다.
오늘은 식약청 국가 R&D 사업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인력과 예산을 늘이기에 앞서 업무의 전산화 정보화부터 진전시켜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려고 합니다. 제가 느낀 바로는 식약청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와 산하단체 전체의 정보화 전산화 수준이 과기부 등 정보화에 앞선 부처에 비해 5년 정도는 뒤떨어져 있습니다.
오늘 국정감사 소식, 따분하고 재미가 없죠? 다들 민생과 경제와 국가발전을 챙기라고 주문하는데, 그런 문제들을 다루자면 이런 정도의 따분함과 골치아픔을 감수해야 합니다. 다음 소식은 좀더 즐겁거나 정치적인 것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2004년 10월 6일
/유시민의 아침편지'국정감사 소식2-식약청에서' 中
'대민부서인 식약청에 대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활동에 관해 질의를 해서 내정간섭하는 거 같아 미안하나 대개 안에서 진행되기에 보이지 않는 프로세스나 시스템이 잘못돼 있을 때 병증이 밖으로 나타나는 것은 질병이나 똑같다'
'식약청의 총체적 정보화 사업의 진도,수준 등을 근거 삼아 보자면 감당하기 벅찬 과제를 부여받아 놓고 자기의 있는 역량조차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수많은 요구와 질타를 받고 있는 모습 같다.
인력과 예산이라는 답변이 많이 나오는데....인력과 예산도 필요하나 그런 주장이 힘을 얻으려면 지금 있는 예산과 인력을 얼마 만큼 잘 쓰고 있느냐 얼마나 효율적으로 업무를 보고 있느냐 이런 점에서 현재 식약청의 '정보화 '수준을 보면 국회의원 입장에서 (지원)해주자는 확신이 안 선다.정보화가 그 중 하나다'
'우리도 정당의 홈페이지나 e-party시스템을 만들 때 똑같은 오류를 한 경험이 있다.
요는 발주하는 사람이 자기가 이 시스템을 어디에 쓸 것인가를 정확히 판단하고 요구해야 한다.
그 요구를 받아서 개발하는 자가 그 요구의 어디까지를 수용할 수 있고, 그 요구를 잘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기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해도 받아들여야 한다'
'식약청 정보화의 가장 큰 문제는 총체적으로 식약청의 업무도 아는 동시에 그 업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어떻게 짜야하는지에 대한 기술적인 이해도 있는 CIO (최고정보관리책임자 -chief information officer )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유능한 CIO를 꼭 기용해서 모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데는 CIO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