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친구와 술을 먹었다. 옆에 후배 한명이 더
끼었다. 공교롭게도, 이 늙은 노빠 친구는 경상도 산골짜기 출신, 옆에 낀 후배는 전라도 순천 출신. 잡담을 나누다가.. 쓸만한 얘기들이 좀
나와서 허락을 구하고, 기억에 의존하여 재구성한 글로 남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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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지역감정
나 : 뭐 먹고 살아? 완전 끈떨어졌는데, 뭐 좀
해봐야지.
그 : 뭐 이래저래. 너는 뭐 하다가 망했다며~ 얼마나
해먹은거야?
나 : ㅎㅎㅎ. 좀 되지 뭐. 그래도 어떻게 되겠지.
근데 씨바 그건 그렇고, 이번에 또 서프에 서영석이가 삽질했더라구. 그 덕에 요즘 내가 노는 딴지에도 난장판이 되고 말야. 아직도 그런 소리
하는 넘들이 있어. 신기해 죽겠어. 바퀴벌레도 아니고.
그 : 안가봐서 모르겠는데.
나 : 호남이 유시민을 비토해서 유시민이 낙선했다는
얘기.
후 : ㅎㅎㅎ.. 이번 지방선거에 보면 지역감정 같은거
완전히 무너진 거 같던데 왜 그런 소릴 하는지 모르겠네요.
그 : 내가 이번에 겪었던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줄까?
내가 사는 도시 시장후보 얘기 알잖아. 민주당 후보가 둘이 되는건데.. 결국 하나가 공천받고 당선 되긴 했는데.. 내가 우리 도시 호남향우회
형님을 만나서 얘길 했었어.
나 : 씨바. 넌 경상도 문디가 무슨 호남향우회 출신을
만나고 다니냐? 넌 영패주의자잖아~
그 : ㅎㅎ.. 호남에 포섭된 영패주의자인가 보지.
후 : 난 진짜 영패주의자라는 얘긴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영남 패권을 얘기하는 사람은 한명도 못봐서.. 그 영패주의자라는 건 해태나 용 같이 상상속의 동물 아닌가?
나 : 아, 아직도 영패주의자에 대한 한을 못풀어서 이를
부득부득 가는 애들 있다구.
후 : 영패주의자가 싫은 게 아니라 노무현이 싫어서
그러는 거겠지 뭐...
그 : 어찌되었거나.. 짜식들이 말이나 끊고 있어..
하여간 나이 지긋하신 호남향우회 회장님을 만나서 후보 둘에 대해서 물어봤지. A는 어떨까요? 하고 물었더니.. 걘 경상도잖아~~ 그러시는 거야.
근데 그 억양이 경상도라서 안된다는 억양이었어. 그래서 B에 대해 물었지. 그랬더니 또 걘 경상도잖아~ 그러는 거야. 근데 억양이 정반대였어.
이번엔 마치 경상도이기 때문에 된다는 얘기로 들렸거든.
나 : (씨바.. 그걸 내가 글로 표현하려면 어째야
되는거냐? )
그 : 사실 내가 B를 만나서 겨우겨우 설득해서 시장
후보로 출마하게 된건데.. 너도 알겠지만, 무지 고민 했거든. 이 경상도 출신에 노무현 심복이었던 사람을 우리 동네 호남향우회에 뭐라고 소개를
해야 되는 걸까 하고 말야.
처음에 전화로 물어봤더니.. 향우회장님이 그러는 거야.
**야~ 내 니가 비록 보리문디지만 하는 짓이 올바르기 때문에 고향후배처럼 생각해 왔는데, 그래도 이건 좀 심한거 아니냐. 어디서 그런 놈을
데려와서 지지 해달라는 거냐. 너 아무래도 이번에 선을 넘은 거 같다.. 그러더라구.
나 : 그러니까 니가 영패주의자니까 그런거지.
ㅎㅎ
그 : 얼씨구.. 하여간 근데, 내가 전전 시장 하시던
분을 아는데, 이 B 라는 사람의 얘길 꺼내고, 가서 만나 뵈었더니.. **야, 이번에 니 진짜 좋은 사람 데려왔구나, 하면서 그 자리에서
친구들에게 전화를 죽죽 돌리시는 거야. 이미 다 알아보셨던 거지. 그러고 나서 다시 호남 향우회장을 만나러 갔더니..
나 : 이번엔 진짜 화내던가? ㅎㅎㅎ
그 : 그게 아니라.. 내가 B를 잘못 알고 너한테
화내서 미안하다고, 이번에 제대로 한번 잘 해보라고 그러는 거야. 팍팍 밀어주겠다고. 그러면서 얘기가 나온거야. A는 경상도라서 안되고, B는
경상도라서 된다는거지.
나 : 씨바 그런게 어딨어. 억지아냐.
그 : 내가 그렇게 물어봤지. 어떻게 하나는 경상도라서
안되고, 하나는 경상도라서 되냐고. 그랬더니 그 분이 하시는 말씀이..
"니가 아직도 호남사람들을 잘 모르는 구나. 사람들이
우릴 다 깽깽이라고 놀려도 말야. 우리는 저넘들만 아니면 되거든. 호남사람이라고 무조건 되는게 아니고, 상도라고 무조건 안되는게 아니야.
저넘들을 잡을 수만 있는 넘이라면, 우린 무조건 민다니께. 그리고 제대로 살아온 놈, 제대로 올바르게 살아온 놈이어야 되는거야. 그런 놈이라면
경상도면 어떻고 함경도면 어떠냐. 그게 민주당이면 어떻고 민주당이 아니면 또 어떠냐? 적어도 우리는, 아니 나는 그렇게 살아왔고, 그런 사람을
지지해야 우리가 대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다. 넌 아직도 그런걸 모르겠니? "
봐봐.. 이게 호남이라구. 난 이 얘기 듣고 진짜
놀랬어. 거기다가 말야. 경상도는 또 어떨까? 내 고향이 경상도 함양인데, 현직 군수가 이번에 떨어졌거든. 열린우리당 소속이었다가 민주당으로
옮긴, 두번 연속 하면서 동네 어른들한테 잘한다고 칭찬 무지 듣던 군수가 떨어졌길래 놀라서 집에 형님한테 전화 걸어서 물어봤지. 천군수가
낙방했던데 어떻게 된거요~ 하고 물어보니까 형님이 그래. 모르겠다~ 천군수 글마가 뭔 생각을 했는지 한나라로 갈아타 삔기라. 거 때메 떨어진거
아니겠노.. 그러더라구.
이젠 경상도에서도 한나라당이면 무조건 되는 시대가
끝나가는 거 같어. 함양이 전라도 접경지역이라서 그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니거든. 맨 김영삼 좋아하던 동네거든. 근데 이렇게 바뀌어
가는거야.
후 : 맞아요. 이번에 경상도에서 무소속 당선되었다고
다들 지역감정이 드디어 깨진다 어쩐다 하던데 호남에서는 진작부터 무소속 많이 되었거든요. 호남 사람들이 민주당 좋아한다고요? 아니라니까..
한나라당만 잡을 수 있다면 누구든 괜찮은 거에요. 우리집만 해도 민주당 욕 얼마나 하는데.. 그래도 뭐 투표장 가보면 찍을넘이 민주당 밖에
없는데 어쩌라는 거냐.. 이거죠.
나 : 씨바.. 그러면 이제 지역감정은 걱정 안해도
되는걸까?
그,후 : 그건 또 아니지.. 아직은 멀었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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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참여당의 현실과
미래
나 : 이번 선거 결과 보면 말야. 나름대로 참여당이
소득을 꽤 올린거 같지 않아?
그 : 그거야 그렇지.. 근데 씨바.. 진짜 쇼크 먹은
적이 있다.
나 : 또 뭐.. 유시민 욕할려고 그러지?
그 : ㅎㅎ.. 내가 유시민 싫어하나.. 좀 부족한 점이
눈에 보여서 그런거지. 나야 오리지날 노빠니까, 노무현하고 자꾸 비교가 되더라구. 노무현한테 분명히 있는게, 유시민한테는 없는게 있어. 너도
알잖아.
나 : 그걸 또 노무현한테 비교를 하냐.
그 : 하여간, 우리 동네에 참여당 시의원 출마한 친구를
만나게 된거야. 그것도 누가 소개해줘서 만난건데, 사람들이 걔한테 그 동네에서 출마했다면 **를 한번 만나봐야지~ 라고 소개를 해 준
모양이더라구. 전화가 와서 만나서 밥을 같이 먹으면서 얘길 했는데..
나 : 경험잔가?
그 : 아니, 그게 아니고.. 나이도 어려. 완전 정치판
초짜더라구. 근데 출마를 한거야. 그래서 내가 물었지. 참여당에 언제 입당했냐고. 그랬더니 자기는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실 때 너무 분하고
원통해서 세상을 다시 살기로 했다는 거야. 노무현 처럼 살고 싶다고. 그래서 인터넷 뒤져서 노무현 관련자료를 다 봤대. 그러고 나서 참여당에
입당을 하고, 용기를 내서 출마를 했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물었지. 노무현처럼 하는 게 어떤 거냐고.
나 : 뭐 원칙과 상식, 이런 얘기 하나?
그 : 조선일보를 조져야 되고, 한나라당을 죽여야 된다고
그러더라구.
나, 후 : ㅎㅎㅎ. 맞는 말이네.
그 : 말이야 맞는 말이지. 근데 사실 난 그 친구를
만나서 너무 고맙고 좋았거든. 이렇게 새로운 세대가 그분의 죽음을 통해서 다시 또 세상에 눈을 뜨고, 나도 못하는 출마를 결심하고 나서준게
얼마나 고마와. 그것도 세상 사람 모두가 하나같이 못잡아먹어서 안달하던 노무현 처럼 하겠다고 나서준거, 완전 향,소,부곡의 불가촉 천민 대우받던
노사모 질을 해왔던 나로써는 눈물나게 고마운거지. 그런데 말야..
나 : 아, 씨바 고마우면 된거지 뭘 또?
그 : 이 친구가 몰라도 너무 모르는 거야. 노무현
정신을 묻는데, 대답을 못해. 본거는 많은데 모든걸 다 결론만 알아. 그 과정을 몰라. 조선일보를 왜 죽여야 하는지, 한나라당을 왜 죽여야
하는지를 몰라. 그저 노무현이 조선일보가 나쁘고 한나라당이 나쁘다고 했기 때문이라는 거야.
나 : 첨부터 다 아는 놈이 어딨어?
그 : 그래도 기본적인 건 좀 알아야 될거 아냐. 아니
세상에 명색이 공당의 시의원 출마 후보가 이렇게 몰라서야 되겠어? 정당 돌아가는 거에 대해 물어보니까, 그런건 자기는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는 식으로 대답을 하더라구.
나 : 어쩌다가 무식한 놈이 걸린 거겠지. 다 그렇겠냐.
그 : 말 나온김에 더 해보자구. 이병완이 참여당
창당하기 전에 말야. 이런 저런 데이터를 모아서 싸들고 봉하에 왔었다구. 한두차례가 아니야. 신당 만들겠다는 거지. 근데 노짱이 뭐라 했는지
알아? 그 때가 4월 말에 검찰 갔다 와서 5월이었어. 이 때면 거의 유언 급이야.
나 : 그 때 창당 반대했었지.
그 : 반대한 정도가 아니라니까. 뭐라 했냐면.. 앞으로
이런거 가져오지 마소. 이거 신당은 말이요. 해서도 안되고, 해서 될 수도 없고, 절대 안되는 길이요. 앞으로는 이런 데이터 같은거 나한테
가져오지 마소. 이랬다는 거야. 이 사람은 안거야. 지금 신당을 만들어서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때가 아니었다는 거지.
나 : 그래도 어지간히 틀을 갖추고 있잖아.
그 : 틀을 갖추고 있나? 아닐걸.. 지금 참여당 멤버들
중에, 과연 정당정치가 뭐고 참여정치가 뭔지 쉽게 설명해 낼 정도의 멤버가 몇프로나 될까? 그 적은 당원 수 중에 제대로 참여정치의 구현을 위해
방향 설정을 할 줄 아는 애들이 몇이나 되냐고. 물론 정치에 눈 뜬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점도 있지만 말야. 그래도 그런 정당을 하나 꾸려
간다는게, 제대로 개념잡힌 애들이 한두명 필요한 것도 아니고, 무데기로 필요한데, 막상 제대로 일할 줄 아는 애들 중에 참여당에 참여한 애들이
누가 있어? 없잖아. 다 초짜지..
나 : 하기사, 내가 봐도 모르긴 너무 모르더만.
그 : 그 정도가 아니라구. 앞으로는 어떨 거 같어?
지금 선거에서 스물 몇명 당선시켰다고 좋아하는데, 걔들중 상당수가 내가 만났던 애들 수준일거 아냐. 거기다가 그런 집단에 능력있고 개념있는
애들이 추가적으로 결합할 부분이 남아 있나? 유시민이 아무리 약을 잘 팔아도 새로 자라나는 초짜애들이나 결합할까, 기존의 인물들은 쳐다 보지도
않고 있잖아.
나 : 씨바.. 너무 비관적으로 보네.. 그래도 정당
구조 같은거 흉내는 내고 있더만.
그 : 제일 심각한 건 말야. 참여당 애들이 기존
노사모나 개혁당 출신, 오래전부터 노빠질 해 오던 사람들을 배척한다는 거야. 쉽게 말해서 배우려 들질 않아. 지들이 지금 겪고 있는 문제점들은
이미 오래전에 개혁당 우리당에서 다들 겪었던 문제들이야. 그 중에 상당수는 우리같은 멤버들은 전화 한통화로 해결할 수준의 문제들인데 지들은 그거
끌어안고 일주일 끌면서 고민하고 있다고. 그런데 아무도 물어보질 않아. 옆에서 도와주려고 그러면 이건 또 무슨 수작인가~ 하면서 경계한다고.
나 : 그거야 새로 시작한 애들이 항상 겪게 되는
문제지.
그 : 아 왜그렇게 낭비를 해? 거기다가 이런 일도
있었지. 이번에 우리 동네에서 노무현 추모제를 준비하는데, 내가 그렇게 주장을 했어. 노무현이 노사모의 노무현이던 시절은 후보시절로 끝난거다,
대통령 취임 이후의 노무현은 국민의 노무현이지 노사모의 노무현이 아니다, 이거야. 그러니까 당연히 추모제 역시 노사모, 시민광장, 참여당,
민노,진보, 호남향우회, 제반 시민단체 모두가 다 모여서 같이 해야 되는거라고. 그거 미리 준비한다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행사 비용 얼마나 낼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다들 참여하겠다고 행사비용 같은 거 걱정하지 말라고 그러면서 내겠다는 돈을 합쳐 보니까 수억이 넘어. 실제로 말야. 근데
결국 못했어. 다른 단체들과 같이 못하겠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물었지. 그러면 시민광장은 왜 끼냐고.
노무현은 노사모의 노무현이지 시민광장은 또 왜? 그건 또 아니라는 거야. 참여당도 마찬가지야. 그렇게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애들이 앞으로 어떻게
영역을 넓히고, 어떻게 공당으로 성장을 하겠어. 내가 보기엔 얘들이 다른 사람들, 그러니까 자신들보다 먼저 사회운동 하던 사람들 모두를 두려워
하는 거 같어. 자기들보다 잘하거든~ 그러니까 무서운 걸, 속으로 숨기고 겉으로는 자기들끼리 하겠다고 외치는 거지. 이래선 될 일도 안돼.
하나도 안된다구.
나 : 너 그거 하면서 노사모나 참여당 사람들한테 욕좀
먹었겠다.
그 : 맨날 그렇지 뭐. 근데 진짜 그렇게 해서는 안돼.
꼭 똥을 찍어 먹어봐야만 아나?
나 : 에이.. 점점 지나면서 좋아지겠지.. 처음엔 다
서툴고 그러는 거잖아.
후 : 나도 비관적으로 보는데요. 참여당에 참여한
멤버들.. 외부에서 보기에도 진짜 너무 초짜에요. 거기다가 형이 말한대로, 진짜 배우려 들질 않는 거 같아요.
그 : 거기다가.. 참여당에게는 이제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어.
나 : 왜, 좀 있으면 지구종말이라도 다가오나?
그 : 그게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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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87년 체제의
종식
나 : 그게 그 제3의 정당 얘긴가?
그 : 그런 셈이지. 근데 그 전에 더 중요한 문제가
있는거야.
나 : 뭔데?
그 : 보자구. 우리 세대, 현재 상황이 어떠 거 같아?
나 : 어떻긴~ 개같지..
그 : 노무현이 선언했었어. 자기가 구시대의 막내라고.
난 노사모 전체가 여기에 포함된다고 봐, 구시대의 막내라는 거지. 근데 그 구시대가 뭘까? 설마 유신시대는 아닐꺼 아냐. 난 그 구시대라는 말이
바로 87년 체제를 의미하는 거라고 보고 있어.
나 : 씨바,, 그거 우리가 만든거잖아.
그 : ㅎㅎㅎ 우리가 만들긴 개뿔.. 그 때 우리는
애기들이었잖아.
나 : 그래도 거시기 털 난 뒤인데..
후 : 형은 털이 그렇게 늦게 났어요? 나도 그 때 털
났던거 같은데..
그 : 하여간, 87년 체제의 핵심은 대통령 직선제였고,
선거부정을 막는데에만 관심이 있었다는거. 그래서 헌법이 고쳐지긴 했는데, 사실 부족한 점이 많은 거잖아. 결국 민주주의 사회를 굴리고 나가는 데
있어서 기본 룰을 정한 헌법인데, 부족했던 부분이 너무 많은거야. 이젠 그걸로 부족하다고.
나 : 탁 찍어서 얘기하자면?
그 : 선거제도지 뭐. 현재 선거제도의 가장 치명적인
결함은 사표의 양산이잖아. 국민들이 투표를 아무리 해봐야 2등한테 찍은 표는 다 사표야.
나 : 흉내뿐이지만 그래도 비례대표제가 있긴 한데..
그 : 그걸로는 택도 없이 부족하지. 예를 들어
결선투표제 같은 건 필수적인 사항이 될 수 있어. 이번에 선거하면서 야권 연대 많이 했는데, 성과도 있지만 부작용도 졸라 많다고. 도대체 이건
뭐 협상하느라 선거운동 기간도 다 날리고, 막판에는 무슨 깜짝쇼 같은 사퇴를 해서 무효표나 양산하고 말야. 그리고 선거 끝나고 나서는 또
어쩔겨. 이건 완전 개판이라고. 이제 어느정도 직선제는 당연하고 선거 부정 같은 건 별로 걱정 안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말야. 그게 87년
체제 덕분에 진보한 민주주의의 결과라도 말야. 이제는 그걸 넘어서서 한단계 더 나아간 제도들이 필요한 거잖아. 이런 제도는 헌법을 고쳐서 얻어낼
수 있는거고.
나 : 씨바, 근데 그런 개헌이 가능할 리가 없잖아.
그거 하려면 과반은 커녕, 개헌 정족수, 그러니까 2/3를 채워야 되는데 가능할까?
그 : 가능하고 못하고 간에 해야 될건 해야 되는거지
뭘. 봐봐. 그냥 의석의 2/3를 얻어서 그 뒤에 개헌을 하자고 하는게 아니라, 이번에 헌법을 고쳐야 하겠으니까 개헌 할 수 있는 의석을 만들어
달라고 나서야지. 앞뒤가 바뀐거야.
나 : 누가?
그 : 그러니까 이런거지. 87년 체제를 종식 시키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진일보 시킬 수 있는 개헌안을 마련해서, 이 개헌안에 동의하는 모든 야권을 통합할 수 있는 진보 대통합을 구성하는 거지.
여기에는 또 두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어. 민주당을 포함하는 민주대통합이 있고, 민주당을 제외한 진보대통합이 있는거야.
나 : 민주당 끼는거면 더 들을 필요도 없다. 실패야.
그 : 씨바, 있는 민주당을 어떻게 할껴? 태워 죽이나?
말려 죽이나? 지들도 동의하고 낀다면 껴줘야지 별 수 있어?
나 : 그래도 무슨 집권 능력도 없고, 집권 의지도
없는, 그저 골목대장이나 하고 싶어서 협잡질이나 하는 놈들하고 무슨 진보 얘기를 해.. 무조건 빼버려.
그 : 그거야 뭐 얘기가 진행되는 대로, 가봐야 알
일이고. 하여간 현재 이런 식의 이론적 배경은 몇몇 군데에서 벌써 제기되고 있어. 서로 다른 테이블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거지.
나 : 원래 뭐가 될려면 그 이론들이 튀어나와서
다듬어지고 경쟁을 통해 성숙해 진 다음에 그 결론을 실행할 수있는 실천 방안을 찾아야 되는건데.. 그 얘기를 따르자면 한 삼십년 걸리겠다야.
그 : 그렇게는 안 걸릴거야. 이게 아파트 재건축하고
주기가 비슷한거라고. 벌써 87년 체제가 들어선지 20년이 넘었다는 거야. 이젠 재건축 할 때가 된거지.
나 : 그건 좋은데. 지금 실제로 얘기가 오가는
테이블들이 있나?
그 : 있기야 있지.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도 있고,
구성원들의 의견 차이는 있을 수있고 하지만, 그래도 정치인들 뿐만 아니라 지식인들도 많이 논의에 참여하고 있고.. 하여간 너도 그렇지만 이
전반적인 당위성은 인정하는 거잖아.
나 : 언제나 그렇지만 말이야 좋지..
그 : 말이 좋으면 조만간 말이 씨가 되는 법이지.
그러니까 우리가 바로 87년 체제의 막내라는 거야. 노무현이 그랬고 노사모가 그랬어. 이 사람들이 이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실험을 해
온거라고. 개혁당이 그랬고, 우리당이 그랬고, 둘다 실패했지만, 참여당이 그걸 또 하고 있는거고. 사실 우리가 이 시대에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이게 아닌가, 이게 우리의 소명이 아닌가 싶어.
나 : 소명 찾다가 굶어 죽으면? 굶은 귀신은
흉악하다구.
그 : ㅎㅎㅎ. 굶기야 하겠나. 어찌되었거나, 이런
전반적인 이데올로그 하에서 세부적인 개선항목들을 설정하고, 이 개선 항목들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세력들을 다 모아내서 이번 총선에서 대통합을
이루어 내야 될거야. 그게 어떤 한 정당에 통합된 모습으로 다같이 참여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고, 정당간의 연대형식으로 재구성 될 수도 있고,
여기에 서명한 정치세력들은 모두가 다 자신들의 의석을 차지하는 순간 이런 개선 항목을 포함한 개헌 발의 및 통과에 동의한다는 거지.
나 : 그거 해 가지고 2/3 먹겠나.. 지금 과반
먹기도 힘에 부칠텐데..
그 : 어차피 한나라당도 개헌 얘기 시작할 테니까, 이
논의를 사회적 의제화 할 수는 있을 거 같아. 그런데 시간이 좀 부족한 게 문제지.
나 : 실제로 총선은 일년여 밖에 안 남았어.
그 : 이번에 안되면 다음번 총선에라도 해야지.
나 : 야야.. 그 얘기 들으니까, 박사모애들이 구성한
SF 시나리오가 생각난다.
그 : 그게 뭔데?
나 : ㅎㅎㅎ.. 박근혜가 집권하고 이명박이 구테타
일으켰다가 진압당해서 남대문에서 총살형당한다는.. 이런 상황이면 박근혜가 긴급조치 해서 개헌 논의는 물건너 간다구.
그 : 어디서 안드로메다 SF만 듣고
다니나..
나 : 내가 하는게 항상 그렇지 뭐..
그 : 아, 그 얘기는 들었냐?
나 : 뭔 얘기?
그 : 심상정도 사실 진보 대통합 시나리오를 나름대로
설정하고 있다는 거 말야. 그거 잘 될까?
나 : 어째 그런것 같기는 했어.. 근데 뭐 그쪽
사람들도 그런거 되게 못하는데..
그 : 된다고 해도 너무 지분이 작긴 하지..
나 : 하여간에.. 진짜 우리가 만든 시대의 패러다임을
벌써 바꿔야 할 때가 되었다니.. 좀 끔찍한걸..
그 : 뭐 결자해지인거지. 우리가 급해서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거.. 조금 더 손봐서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좀 편하지 않을까..
후 : 근데요....
나, 그 : ????
후 : 도대체 왜 저는 출연을 안 시켜주는 건가요? 저는
엑스트라인 거에요?
나 : 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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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역감정은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 유시민에
대한 호남 비토론 같은 뻘소리가 나오자 마자 어디서 튀어 나왔는지, 영패주의자라는 가상의 적을 공격하는 호남 지역주의자들이 게시판에 대거
등장하는 거 보면..
거기다가 선거 결과 지도에 아직도 동서로 나뉜 색깔
구분은 현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더 이상 지역감정은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우리에게 더 급한 것은 당장의 생존이다. 그 생존 문제 앞에서 지역감정은 어찌 보면 사사로운 일이고, 사람들이 이 현존하는
위협에 대해 눈을 떠가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아직도 동네 골목대장 노릇을 하고 싶은 일부
지역주의자들이 정치판에 기생하고 있다는 거, 조만간 바퀴약이라도 뿌려서 청소를 해야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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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가 참여당의 문제는.. 실로 쉽지 않은 수준이다.
그 뜻은 가상하지만, 몇몇 명망가들의 힘만으로는 국가적 규모의 공당이 만들어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신들이 왜 정당생활을 해야
하는지, 자신들이 추구해야 하는 참여정치란 무엇인지, 정상적인 정당 구조는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자신들이 추구해야 할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초짜 정당인들로 채워진 정당이라면, 무엇보다도 더 시급하게 열린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주변에 찾아보면 분명히 존재한다. 당신들이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미 몇년 전에 다 겪었고, 그 어려움들을 손쉽게 해결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선배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 선배들에게 손을 벌리길
권한다. 도움도 받고, 당원도 늘리는 일석이조의 길이다. 새로 참여하는 후배들 보기 민망해서 판을 깨기 싫어서 외곽에서 빙빙도는 선배들..
분명히 있다.
그리고 참여당이 처한 현실은 이미 나오기 시작한 진보
대통합, 야권 대통합, 민주 대통합 류의 정치판 갈아 엎고 새로 짜기 논의에 밀려 참여당 자체가 송두리째 흡수 통합될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는
판이라는 얘기다. 어차피 정치판에 뛰어 들었다면, 자신들과 성향이 다른 정치인들과 함께 하는 방법도 미리 익혀두어야 한다.
하여간 결론은.. 참여당은 널널하게 노닥거릴 시간이
없다. 거세정진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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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체제의 종식이라는 제목을 붙여놓고 나니 무지
거창해 보인다. 하지만 별거 없다. 우리 사회의 선거제도가 개판이라는 인식은 너무나도 흔하게 공유되고 있다. 비례대표 결선투표 해서 비결이라고
말머리 써붙이고 다니는 딴지스들도 많이 봤다. 이거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 개선은 개헌으로써만이 가능한 일이고, 개선은 국회
의석의 2/3을 필요로 한다. 한나라당은 이런 식으로 국민들의 한표 한표가 사표가 되지 않고 제대로 반영되는, 좀더 진보한 민주적 제도는
결사반대할 것이다.
어찌보면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가 되겠지만, 우리 국민은
국회의석 한개도 없이도 87년 개헌을 이루어 냈던 사람들이다. 원하면 길은 생긴다.
이런 개념하에서 개헌을 모토로 하는 야권 대통합은
어찌보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개헌 하고 나서 각자 또 하고 싶은 정강정책을 갖는 각 당으로 쪼개져서 다당제의 길을 열 수도 있다.
결선투표제 만이라도 도입되면 다당제 한다한들 아무 문제가 없다. 어차피 결선에서 다 만나니까.. 이번 야권 단일화 논의처럼 피터지게 힘든 협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내용을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뜻밖에 쉽게 결실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사람들에게 이런 내용을 어떻게 알리느냐 하는 것.
믿을 곳은 가카 밖에 없는 것인가.. 가카의 연속적이고
끊이지 않는 삽질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조금만 더 쳐주면 시퍼렇게 날이 설 것 같기도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