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타블로에 관심이 없을 뿐더러 그의 스탠포드 입학에 추호의 의심이 없었다. 그러나 석사 졸업은 조금 의문이 있었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닌 경험 밖에 없기에 과학도 아닌 문학 학.석사를 3년 반만에 졸업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 하다고 생각했다. 그 방송을 보고서야 그 학교에 학.석사 통합 과정이라는 게 있고 논문 한장 필요 없이 에세이로도 석사 졸업이 가능하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천하의 스탠포드도 별거 아니더라. 앞으로 스탠포드 석사로 졸업했다고 자랑하는 이를 만나면 에세이 뭐 썼냐고 물어봐야겠다.
어째든 자랑스런 우리 경찰이 졸업장을 확인했다고 하니 진심으로 그런 줄 알겠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타블로에 얽힌 한 끗의 진실에 관한 것이 아니다. 언론이 대중을 어떻게 유린하고 기만하는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언론의 전형적인 얼치기 수법
어느 날 MBC에서 '누리꾼 천안함에 가다'를 2부작으로 방송할 거라고 예고한다. 누리꾼들은 올게 왔구나 싶어 기대를 모은다. 쥐새끼 일당들 몽땅 죽었구나. 이제서야 대한민국이 좀 제대로 서나. 가슴이 둥둥 뛴다. 방송이 전파를 타던 날 시청률은 사상 최고다. 시사 방송 사상 최고를 넘어 앞서 인기리에 방송된 동이를 쉬이 뛰어 넘는다. 방송이 시작된다. 진실 공방에 대한 프롤로그에서 쥐새끼 일당들의 문제점을 대략이나마 짚는다. 야~ MBC 참 큰일 하는구나. 극찬한다. 그런데 다음에 문제의 장면이 벌어진다. 그동안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자 갖은 고초를 다 겪던 천진요(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요구합니다) 관계자들 세명이 모자이크로 처리되어 등장한다.
첫번째 등장한 박모씨가 운을 뗀다. "천안함이 있긴 있죠. 풋! 그런데 우리가 그 배를 지난 일년간 추적해 본 결과 지금 독도 앞에서 잘 떠다니고 있더라구요" 그러면서 뜬금 없이 독도 앞에서 찍혔다는 사진을 제시한다. 두번째 등장한 이모씨는 "사건이 있긴 있었는데 미국 핵잠수함이 천안함에 박았다고 하더라구요. 오바마가 갑작스럽게 왜 한국에 방문했겠어요. 그래서 핵잠수함 충돌설을 믿어요. 저에겐 오직 그 믿음 뿐이에요" 세번째 등장한 김모씨는 "천안함요? 풋! 사실 그 사건은 완전히 날조된 거에요. 애초에 사건 자체가 없었다구요. 정부가 사건을 있는 것처럼 꾸민 거죠. 사건이 없었는데 당연히 죽은 사람도 없는 거죠" 우린 이 때쯤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방송은 천안함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추적한다. 부상당한 박 일병, 김 하사, 박 중령, 정부 고위 관계자를 만나 사건에 대해 증언을 듣고 그 유족들의 아픔도 생생히 담는다. 방송은 끝으로 생떼같은 아들을 잃어버린 어머니가 통곡하는 장면을 담는다. "울 아들을 모욕한 그 새끼들 잡아 주세요. 그 새끼들 잡아 주세요" 방송은 그렇게 끝을 맺으며 다음 2부에서 '대한민국 개티즌'을 다루겠다고 예고한다.
다음날 인터넷은 난리가 난다. 여론이 완전히 뒤집어진 것이다. 애초 의문인 '좌초인가 어뢰인가' '북한 어뢰인가' '파란 매직 1번' '멀쩡한 형광등' '휘어진 스크류' 등에 대한 문제 의식은 다 사그러 든다. 천진요 개자식들 다 잡아 쳐넣으라는 여론이 대세다. 경찰은 곧 수사를 발표한다. "천안함 사건은 있었다" 그리고 카페는 폐쇄된다. 언론의 전형적인 이런 방식을 얼치기 수법이라 한다. 대표 얼치기 몇몇을 등장시켜 만인이 가진 평범한 의문을 왜곡시켜 여론을 조작하는 것이다. 신문만 펼치면 등장하는 이런 수법에 우린 너무 익숙해져 이제는 익숙해지고 싶다. 다른 생각하면 골만 아프니깐.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이자 역사적 사건인 노무현 대통령님의 서거도 한번으로 끝낸 MBC스페셜이 연예인 타블로에 대해 2부작으로 다룬다고 하니 참 이상하게 느껴진 건 나 뿐일까. 그 이상함 때문에 방송을 보게 되었다. 물론 앞서 타블로에 얽힌 문제의 몇 장면도 그 방송을 시청하게끔 영향을 주었다. 가끔 즐겨 보던 EBS 영어강사 데이브(타블로의 친형)가 컬럼비아대 석사 출신임이 거짓으로 밝혀져 중도 하차했을 때 타블로도 그럴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했다. 이어 한 예능 프로에서 이혁재가 타블로에게 그냥 졸업장을 밝히면 되지 않냐고 물었을 때 그는 "돈이 들기 때문에 못간다"고 답했다. 그 장면을 우연히 라이브로 시청한 필자는 상당한 모욕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 장면은 전혀 웃기지도 않았다. 육두문자가 절로 나왔다.
2007년도 연예계의 그 수많은 학력 위조의 생채기를 몸소 겪었던 타블로가 이 문제에 대해 저토록 안이하게 대처하는건 일종의 한국인 나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받아 들였다.(이어 밝혀진 이중국적, 병역회피 등등....불법은 아니지만 저 친구가 진정 우리 한국인의 일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좀 국수적.폐쇄적이어도 된다. 우린 쓸데없이 너무 오지랍이 넓은게 아닌가)
그렇게 방송을 시청했고 예상대로 곧 얼치기 수법이 등장했다. 방송 초기에 타진요 카페의 어떨떨한 운영자들 몇몇이 모자이크로 등장했다. 그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스탠포드요? 풋! 그냥 지나가다 방문했겠지요" "식당에서 알바는 했겠지만 입학은 못한거에요" "에이 그럴 수가 없어요. 입학을 못했는데 졸업을 어떻게 해요" 이 장면에서 많은 분들이 뭔가 잘못 되었다고 느꼈을 것이다. 타진요와 평범한 한국인들은 정말 그의 입학 자체를 부인했던 걸까. 언론과 얼치기들에게 평범한 지성이 순식간에 당한 순간이었다. 더 입을 떼면 스탠포드도 못간 열등감 덩어리들이 우수종자를 괴롭히는 짓거리 또는 약자를 후려 패는 마녀사냥꾼으로 전락할 처지다.
정리하자면 타블로는 졸업한게 맞다. 인정하자. 방송에 나와 말했던 'CIA 인턴 합격' 등의 진실 여부도 그냥 예능의 한 구라로 받아 들이면 그만이다. 이중국적, 병역회피 등의 문제도 타블로의 개인이 선택한 것이 아닌 상황상 그럴 수 있다고 본다(캐나다인이 입대할 이유는 없잖아) 당당하게 기자 회견 한번 못하고 잠수 타다 특집방송에 겨우 얼굴을 내밀며 질질 우는 그의 심약함도 김동렬님이 말한 대로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이 약해서 그렇다고 이해한다.
핵심은 언론의 기만적인 편집방식과 이에 편성하는 대중여론의 흐름이다. 그러니깐 언론이 우릴 가지고 쉽게 타고 노는 거다. 언론은 절대 공정하지 않고 공정할 수 없는 존재다. 만약 그 날 등장한 타진요 운영진이 이 나라의 평범한 지성이 가진 의문대로 이렇게 말했다면 방송은 의도한 대로 쫓아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적어도 2부작 편집은 불가능하다. 지금처럼 서로 상처를 크게 입지도 않았을 거다. "기자회견으로 한번으로 당당히 밝히면 그만인 것을 왜 이렇게 특집 방송까지 하는지 모르겠네요. 저희들도 먹고 사느라 바빠요" "누가 입학하지 않았데요. 졸업 여부에 대해 확실히 검증해달라는 거죠" "저도 참담합니다. 이렇게 불거질지 몰랐네요. 단 타블로씨의 안이한 해명 태도가 저를 화나게 했어요. 공식 기자회견 한번 탁 터놓고 합시다" 그러나 이렇게 언급했다고 해도 그대로 방송에 담았을지는 모르겠다. 대개 평범한 지성은 입을 닫고 예의 얼치기들은 나서기를 좋아한다. 언론은 그것을 알고 있다. 그것을 쉽게 간파하고 이용한다.
한편, 우리가 당하지 않을 방법은 무엇인가.
천안함 사건에 보듯 언론(기득권)은 평범한 지성들이 한 두가지 단서로도 풀 수 있는 단순한 퍼즐에 불과한 사건도 자신이 불리하다면 매우 복잡한 미스테리로 만들어 버린다. 조중동의 힘이 바로 이런데서 나온다. 한 사건을 가지고 신문 전체를 도배하며 엄청나게 꼬아 대중을 얼떨떨 하게 만든다. 대중은 퍼즐은 좋아하지만 미스테리에 입문하면 외면하기 마련이다. 평범한 지성이 여기에 대항할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확실한 한 두가지 단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다시 퍼즐화 시키는 거다. 다시 말하지만 대중은 퍼즐에 반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