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부터 97년까지 프랑스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습니다. 노태우 정권 말기였고, 귀국해 보니 김대중대통령이 집권하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프랑스는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귀국 직후부터 10년간 겪었던 국민의정부/참여정부 치하의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제가 겪었던 프랑스의 민주주의와 비교해서 거의 손색이 없었던 시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태평성대 였습니다.
사실 헌법에서 표현되는 제도적인 수준의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다만,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민주주의적인 생활방식에 익숙한가의 문제가 각각의 나라들의 민주주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벌써 230년 전에 왕을 단두대에 세워 본 프랑스 인민들은 자기가 사는 나라에 대한 주인의식에 있어서 확고한 측면이 있습니다. 자유, 평등, 형제애로 표현되는 프랑스 혁명의 정신은 왕의 목을 따면서, 독일제국과 처절하게 대결하면서 지켜온 피묻은 고귀한 가치입니다. 넋빠진 지배계층이 사리사욕을 대가로 일본에 팔아넘긴 나라를 외국군대의 힘을 빌어 되찾아, 독재자의 손에 의해 공화국을 수립한 대한민국에 있어서… 민주주의는 아직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미숙한 것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프랑스 국민들이 피흘려 가며 150년 가까이 싸워서 이룩한 민주주의적 성과를, 공화국 수립 불과 50년 남짓한 세월에 이룩한 대한민국은 대단한 나라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눈부신 성과 뒤에는 김대중과 노무현이라는 걸출한 인물들의 영웅적인 분투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걸출한 영웅들의 분투는 언제나 비극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영웅들의 적들은 언제나 강하고, 도움은 언제나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너무나 어이없고 쉽게 우리의 두 영웅들을 잃고 말았습니다. 다 이룬 것 같았던 민주주의는 두 걸출한 영웅들의 공백으로 인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고 있고, 적들의 패악질은 극악스럽기만 합니다. 서민들의 생활은 어려워 지기만 하고, 공권력의 횡포는 도를 넘은 지 오래입니다. 언론매체를 장악하고, 쇼비즈니스를 활용해서 국민들의 비판의식을 마비시킵니다. 역사상 유례를 보기 드문 민간독재 파시스트 국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위기상황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말단소총수’라는 닉네임이나, 사용하는 아이콘이 조금 살벌하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제 자신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이런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은… 광우병 촛불투쟁의 패퇴 이후 우리나라는 민주주의가 절대절명을 맞고 있으며, 이에 대한 위기감을 스스로에게 되새기고자 함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싸움을 전략적으로 지휘하고 이끌어 줄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의 진지에 참가해서, 가장 먼저 적들과 맞서는 자리에 있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봉하마을에 내려가서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일을 지역사회에서 이루고자 노력했던 노무현대통령의 방식으로, 중산층들의 집단거주지인 과천에서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경종이 멎지 않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면서 지난 2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나름대로 지역활동의 실적을 인정받았는지, 과천시민광장 지역대표 일꾼도 되고, 국민참여당 지역위원장 노릇도 하게 되고, 지방선거 사무소도 운영하면서 시의원을 당선시키는 성과를 얻기도 하였습니다. 마음에도 없고 능력에도 맞지 않는 진급(?)을 거듭하게 된거지요… 시민광장이라는 조직에 가입하면서, 광역모임이나 중앙행사 등에서 쟁쟁한 연대장급, 사단장급 회원님들과도 교류를 하게 되고,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지만, 유시민 원장을 구심점으로 하는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이 싸움에서… 스스로의 본분이 과천 초소를 지키는 말단소총수의 역할을 잊어 본 적이 없습니다. 걸출한 대통령을 실패시킨 패잔병들은 산으로 숨어들어가 게릴라가 되어야 하는 것이고… 지루한 진지전을 이어 가야합니다.
원래 과천을 잘 벗어나려고 하지 않지만, 지역대표 노릇 하느라고 광역모임이나 전국행사를 나가게 되면, 언제나 앞에서 수고하시는 분들에게 눈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행사진행 하시는 분들, 접수대에서 맞이해 주시는 분들은… 모두 반가운 얼굴들이 아닐 수 없지만, 표 안나는 곳에서 귀찮고 힘든 일들 맡아 해치워야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일부러 눈 여겨 보지도 않지만, 자주 다니다 보면 눈에 익게 되는 얼굴들 있는데, 그렇게 알게 된 분들이 이번에 시민광장 대표선거에 나오신 새벽21님/조이풀님인 걸로 기억합니다.
냉정하고, 명석해 보이는 인상의 새벽21님은 쟁쟁한 활동경력 가지고 계시고, 복잡하고 귀찮은 일들을 깔끔하게 처리하시는 것으로 정평이 나 계시는 것 같습니다. 먼 발치에서 뵌 걸로 봐도 깐깐한 성품이신 거 같고… ( 깐깐하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캐릭터…^^; )… 아, 우리 조직에서 총참모장 역할 하면 딱일 거 같다… 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난 1년간 있었던 국민참여당 창당과정, 도지사 선거 경선과정에서 언제나 힘든 자리를 감당하시고, 꼿꼿하고 냉정한 자세를 잃지 않으셨습니다. 경기광장대표로서, 엄청난 전화, 문자, 쪽지로 지역광장 대표를 괴롭힌 집요함도 충분히 과시하신 적이 있습니다.
후덕하다… 라는 한 마디로 간단하게 표현드릴 수 있는 조이풀님. 110kg 나가는 말단소총수 보다 더 거구시니… 어느 정도일지는 가늠도 안 가지만… 계획된 일을 실행해 나가시는 집중력과 추진력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거인의 풍모이십니다. 그리고 선량한 눈길과 섬세한 배려까지 갖추고 함께 하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 주시는 능력을 가지고 계시기도 합니다. 거의 모든 행사에서 비지땀을 흘리시며 열심히 참여하시는 모습… 같은 거구로서 늘 안타깝고, 경탄스럽게 바라보곤 했습니다.
새벽21님/조이풀님을 생각할 때, 말단소총수는 ( 생업과 가정생활을 포함한 ) 개인생활과 ( 시민광장활동을 포함한 ) 공적활동의 균형 사이에서 늘 고민해야 하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공감대를 가지며, 이 두 영역 어느 한 군데에도 소홀하지 않으면서도 역할을 제대로 하는 모범을 보이신다는 데서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민광장활동도 시원치 않으면서, 가족들의 원성을 듣는 입장에서는 참으로 그렇습니다.
다르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말단소총수는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싸움에 한 병사로서 시민광장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갖습니다. 유시민 연구원장이 우리를 진두지휘하는 총사령관이라고 한 다면, 시민광장은 비정규전에 투입되는 게릴라 부대쯤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편이 싸움에서 밀리고 있는 수세기입니다. 서울광장을 뒤덮었던 촛불들은 지금 공안의 칼부림 앞에 숨죽이고 있고, 서민들은 공권력의 폭력 앞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각각의 진지에서 다가올 전투를 대비하면서, 닦고 조이고 기름칠 때인 것입니다. 유시민 사령관이 군대를 조직해 싸움에 나설 때, 그 부름에 응해서 구름같이 일어나야 할 것입니다.
다시 반복해서 말씀 드리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위중한 시기입니다. 지금이 노무현대통령이 집권하고 계신 태평성대 시절이라면 사정이 달라지겠지만, 지금 시민광장은 유시민을 구심점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모여든 게릴라 부대이어야 합니다.
우리 무적의 게릴라부대를 이끌 지휘관으로 냉철함과 치밀함이 돋보이시는 새벽21님이, 든든한 보급선을 지켜줄 병참참모 역할로는 조이풀님을 대신할 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만약 지금 우리가 겪는 이 시기가 위기의 시절이 아니라는 판단이 있다면… 다른 이야기겠습니만. )
이런 거칠고 투박한 판단에 대한 동의를 시민광장 여러분들에게 구하면서, 장황하고도 두서 없는 지지의 글을 올려봅니다. 시민광장 회원 여러분, 지금 우리는 참여정부시절 같은 태평성대가 아니라, 단군이래 최악의 폭정에 시달리고 있는 고난의 시기임을 잊지 않기를 촉구합니다.
과천에서 말단소총수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