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글은 시민의 입양광장 입양이야기에서 함께 입력된 빛과 그림자님의 글입니다. |
처녀가 애를 낳으면....
1. 애 아빠가 어딘가에는 존재하겠죠?
2. 어쨌든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보살핌을 받아야 하겠죠?
3. 혼자 키우든 둘이 키우든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우리 속담에 처녀가 임신을 해도 할말이 있다는 말이 있지요...
이 속담은 임신한 '처녀'만을 비난하는 의미의 속담이지요..
참으로 이상한 속담입니다.
처녀이건 아줌마이건 임신을 하게 되면
뱃속의 애아빠가 어딘가에는 존재할텐데,
그가 유부남이건 총각이건 상관없이
우리 사회에서는 일단 임신한 '처녀'에 대해서만 손가락질을 합니다.
대한민국의 저출산이 문제라고는 하는데,
세상에 태어나서 버림받거나,
편견에 시달리는 아이에 대한 대책은 없으면서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
뱃속에서 조차 존재하지 않는 아이에 대해서는
온갖 대책을 이야기합니다.
아무리 많은 대책을 세워도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있고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그 아이를 미혼모가 낳았건
가족제도하에서 태어났건 간에
보호와 보살핌을 받아야 하며
또한 그렇게 성장해야 합니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한부모 가정에서 성장하는 아이들과
부모가 모두 존재하는 가정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에 대한 인식입니다.
확대가정, 핵가정,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재혼가정등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존재하지만
그 어느것도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할수도 없고 구분해서도 안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정상'이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사랑이란 것은 그저 선택의 문제고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가능한 것이지만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녀를 양육하는 일은 밤잠을 설치는 수면 부족과 중노동,
그리고 아이가 성장할수록 증가하는 재정적 투자 등
정서적·신체적·경제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하는 일입니다.
어쨌든 그렇다 하더라도 결혼이라고 하는 것은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가족제도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우리사회의 인습은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하지 않은
가족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입니다.
결혼이라는 문화, 두사람의 몸과 마음이 합쳐지고
사회에서 제도적으로 승인 받아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합니다.
두사람의 몸과 마음은 합쳐졌으나
사회에서 제도적으로 승인받지 못해도 생명은 태어날수 있습니다.
두 생명의 차이는 결혼이라는 제도 내에서 태어난것과
결혼이라는 제도의 밖에서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문화적 관습과 사회적 인식은
너무나도 혹독하게 두 생명에 대한 차이를 두게 됩니다.
극단적으로 전자는 축복받은 생명이지만
후자는 태어나기도 전부터
저주받은 인생길이 철길처럼 놓이게 됩니다.
때때로 어떤 사람들은 행복이란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고 떠들어 댑니다.
물론, 맞는 이야기일수도 있습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나의 행복은 내가 만들어 간다고 생각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는 상황이나 환경에 처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행복은 우리의 사회적 인습과 타인을 향한 개인적 편견도
큰 몫을 차지합니다.
미혼모로서의 삶은 그들의 행복에 대한 의지와는 상관없이
처녀가 애를 낳았다는 우리의 손가락질 때문에
결국은, 친생자녀를 포기하게 만드는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원인을 제공합니다.
다같은 생명인데,
입양부모가 키우는 생명과 미혼모가 키우는 생명을 비교해보면
엄청난 사회적 편견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입양부모는 존경받고 미혼모는 무시당하는 세상
입양부모는 성스럽고 미혼모는 불결하다는 생각
입양부모는 착한사람들이고 미혼모는 생각없이 사고치는 애들이라는 단편적 사고
입양부모가 키우는 입양아동은 복받은 애들이고
미혼모가 키우는 친생자녀는 문제아라는 인식...
결국 사회적 이슈나 문제가 생길때마다 원래 그럴수 밖에 없다는 논리로
자신과 이웃과 세상을 합리화 시키려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인습을 우리 스스로가 반성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생각해 보게 만드는 11월의 마지막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