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인사회(인문사회과학 출판인들의 모임) 정기교육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교육은 유시민선생님을 모시고, ‘내가 만일 인문사회과학 출판 기획자라면’이라는 제목으로 유시민 선생님의 출판 기획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책의 요건
1. 교양: 독자들이 읽어보고 책에서 어떤 정보를 얻었다는 생각이 드는 책
2. 재미: 읽는 재미든 내용의 재미든 독자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책
3. 감동: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책. 이 요건이 갖춰지면, 대박(!) 날 가능성이 많음.
가령, 최근 베스트셀러인 <정의란 무엇인가>와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는 감동은 없지만, 교양과 재미 측면이 강하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흥미진진한 테마를 다루었고,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는 고정관념을 뒤집는 지적인 재미가 있다.
그리고 위의 요건을 잘 갖춘 책을 만들려면, 기획과 저자의 욕구가 잘 맞아야 한다.
간혹 기획안을 받는데, 관심 가지 않는 기획이어서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는다.
기획자는 저자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기획을 던져야 기획에 맞는 좋은 책을 만들 수 있다.
오래 가는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이 살아있는 한 언제나 남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어야 한다.
* <거꾸로 읽는 세계사>
88년에 나온 책이 아직도 사랑받고 있다. 청소년 잡지에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서 글을 썼는데, 그게 반응이 좋아 대중이 꼭 알았으면 하는 이야기들을 잡지에 싣고, 나중에 단행본으로 만들어서 냈다. 비록 다이제스트지만, 교양, 재미가 있고, 인간적인 감동의 요소가 어느 정도 갖춰진 책이 아닌가 싶다.
내가 출판 기획자라면?
항상 스스로 질문을 하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획이 나온다.
지금 인문사회 독자들이 하는 질문이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에서 인문사회과학 책에 대한 기획이 나온다.
(선생님은 최근의 독자들이 갖는 질문을 다음과 같이 생각했습니다.)
1. 개인과 국가가 무엇일까?
개인과 국가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우리나라는 진보든 보수든 국가주의 성향이 강하다.
리버럴한 개인이 많아야 공화주의적 성격의 국가가 형성된다.
이러한 개인의 정서를 깔고 국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남쪽으로 튀어>는 상당히 리버럴하고, 경쾌한 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후일담 문학은 너무 무겁다. 독자들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 교양이 아니다.
2. 인생에서 내가 어떻게 하면 행복을 느낄까?
개인의 행복을 이야기하는 책이 필요하다.
세대간의 이해도 부족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 어른들이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3. 어떻게 행복한 노후를 보낼 것인가?
고령화 사회가 되어서 도서 시장도 이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우리가 노인이 되었을 때, 어떻게 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 생각할 수 있는 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노인이 젊은이와 잘 지내는 방법, 젊은이가 노인을 잘 이해하는 방법에 관한 책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여러 책을예시로 좀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핵심적인 이야기는 위와 같습니다.
유시민 선생님이 안타까워한 점은 국내의 미디어나 출판에서 너무 번역서만 우대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인에 대한 인식이 나빠서 정치인이 쓴 책도 너무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유시민 선생님에게 ‘내 인생의 책을 한 권만 뽑으라면, 어떤 책을 고를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뽑았습니다.
E. H. 카는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역사와 역사학자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던졌습니다.
무척 좋은 책이라고 저도 추천합니다.
뜨인돌 독자님들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싶으신가요?
뜨인돌 독자님들의 질문을 받고, 좋은 기획 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