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비 혜택 되돌려주자”…주민들 장학금 기탁 봇물
ㆍ전국 첫 초·중·고 시행 강원 정선군 ‘뜨거운 호응’

강원 정선군 시장에서 산나물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명자씨(54)는 지난해 10월 (재)정선 장학회에 1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다. 김씨는 11일 “인천에서 정선으로 이사 온 조카 2명이 초등학교에 다니는데 무료로 급식을 받게 돼 고마운 마음에 장학금을 기탁했다”며 “올해엔 올케가 장학금 기탁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딸 4명을 둔 한 공무원도 “무상급식으로 연간 170만원의 혜택을 보게 됐다”며 “아내와 협의해 무상급식으로 받은 혜택을 사회에 돌려주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2학기 개학과 함께 전국에서 처음으로 유치원, 초·중·고교에서 전면 무상급식을 시작한 정선에서는 이처럼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무상급식의 효과를 경험한 주민들이 경감된 자녀의 급식비를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도입 초기엔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를 제외한 가용 예산이 1000억원에 불과한 소규모 자치단체가 형편에 맞지 않게 너무 무리한 정책을 시행하는 것 아니냐 비판도 따랐다. 하지만 시행 6개월 만에 “급식현장의 비교육적 요소를 없앤 것을 비롯해 학부모 부담 경감, 농민 소득증대 등 장점이 많은 교육복지정책”이란 긍정적인 평가가 곳곳에서 쏟아지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됐다.
무상급식 대상은 60개교 4442명. 필요 예산만도 29억여원에 달한다. 당초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정선군은 관련 예산 마련에도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다. 최승준 군수는 “친환경 무상급식은 예산의 문제가 아닌 가치의 중점을 어디에 두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관례화된 용역 등 불필요한 사업비만 줄여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규모라는 것이다. 최 군수는 “무상급식 예산 29억원 대부분은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하는 데 사용되고 나머지도 주민소득인 인건비로 지출되는 등 모두 지역에 환원되고 있다”며 “이처럼 좋은 시책이 또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농민과 교사들의 반응도 뜨겁다. 정선군 친환경농산물 인증농가협의회 김종식 부회장(46)은 “현재 10여개 농가가 친환경 무상급식의 식자재 공급에 참여하고 있다”며 “안정적 판로 확보와 새로운 품목 개발 기회가 마련돼 소득면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교사도 지원 대상을 선정해야 하는 고통 등 급식현장의 비교육적 요소가 사라진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고 있다. 이상걸 사북초교 교사는 “생활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더 이상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게 된 것이 가장 좋다”고 평가했다.
최 군수는 “각계각층에서 예상치 못했던 의식전환 운동도 벌어지고 있어 스스로 놀라고 있다”며 “무상급식은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의 가슴에서 ‘주홍글씨’를 떼어주는 일인 만큼 부자급식이란 비판만 하지 말고 긍정적인 면을 먼저 봐달라”고 당부했다.
<최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