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oveon21.com/?mid=main2009&category=737&document_srl=526936
김찬식님이 고장난 레코드처럼 오늘도 또 유시민 민주당 입당론을 꺼내신다.
그 충정이야 모르는 바 아니고, 그게 가장 현실적으로 쉬운 방법임도 인정한다.
모르기는 해도, 서프 독고탁이 만약 '흑심'이 없이, 순수한 마음에서 지금의 뻘짓을 저질렀다면,
그 역시 궁극의 종착역은 유시민이 민주당에 들어가서, 열린우리당 시즌2를 개봉해주길 기다리는 것일테다. 그렇게 보면, 역시 극과 극은 통하는 법인 듯도 하다...
필자가 통합론, 민주당 입당후 개혁론 등과 관련해서 이해는 하면서도 별로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이게 진짜로 '열린우리당 시즌2', '참여정부 잔혹사 시즌2', '노무현 비극 시즌2'로 끝나지 않는다는 어떤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집권...매우 중요하다... 쥐새끼의 패악질을 설겆이하고, 나라가 진짜로 망하는 걸 막는 유일한 길이 집권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말이다...필자가 진짜 듣고 싶은 것은 '집권' 그 자체가 아니라, '집권하면 어쩔건데?'라는 진지한 고민과 그 해답이다.
실컷 집권해서, 또 대통령과 정부가 여당으로부터 버림받고, 여론으로부터 고립당하고, 좌우에서 얻어터지고.. 심지어 물러난 이후 또 정치보복 당하고...
참여정부가 준 교훈 중 하나는, 현명하고 뚝심있는 대통령 못지 않게,
강력하면서도 효율적인 여당, 그리고 유능하면서도, 대통령과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할 의지가 충만한 여당이 있어야만 대통령이 혼자 고립되지 않는다는 거 아니었나?
우리 근대사 최고의 '철인' 중 한 명이었던 천하의 DJ도 임기말에 버림받았다. 여당은 청와대보다 덜 개혁적이었고, 집권 세력은 국가 기관을 사적으로 점유하면서, 대통령의 세 아들이 모두 사법처리의 대상이 될 뻔한 지경에 이르렀다.
가장 깨끗했던 대통령은 모욕을 당하며 부엉이 바위에 뛰어 내려야 했다. 그의 정치적 의지가 표출되었을 때, 그 극악의 여론환경에서 끝까지 그를 변호해 준 이는 극소수였고, 대통령과 청와대의 개혁의지는 집권 여당 내부에서부터 난도질을 당해서 뭐 하나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뭐가 달라졌는가?
우리가 가진 것은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교훈뿐이고,
인적 구성면에서, 집권당의 단결 측면에서, 여론 환경 측면에서 좋아진 거 하나도 없다.
딱 하나 있다면, 노대통령의 죽음으로 잠깐 불러 일으켜놓은, 지배여론에 대한 경각심 하나이다...
이 상황에서 좌희정, 우광재처럼 평생을 보필해 온 충복도 없고,
우리 시대 최고의 스피커 중 하나인 유시민이 일당백의 기세로 대통령을 보위해주던, 그런 '호사'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유시민이, 사실상 단기필마로 민주당에 들어가서 뭘 어떻게 해 보자는 것인가?
천신만고 끝에 대통령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되면 뭘 할 수 있나?
지금 민주당이 유시민을 위해 유시민계가 될 만한 이들을 대거 국회로 보내줄 것 같은가? 누구 좋으라고?
김찬식님 논리대로하면, 어찌 어찌 대통령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또다른 바지사장 대통령의 탄생에 불과할 가능성 99%이고,
그게 불행의 단초가 되어, 대통령 혼자 고립무원에 빠질 위험성이 너무 크다...
그래서 뭘 할 수 있는가?
가능성이 낮아져도 할 수 없다.
다시는 노대통령 같은 희생자를 만들 수도 없다...
통합을 하든, 연합을 하든, 연대를 하든, 단일화를 하든...
반드시 집권해야 한다는 명제를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집권이 또 다시 참여정부의 비극을 리바이벌하는 방식으로는 안된다... 찬성할 수 없다...
어떤 경우에도 대통령과 정치적 생사를 같이 할 수 있는 동지적 관계로 맺어진 정당,
대통령과 같이 일하고, 같이 책임지는 정당,
그리고 퇴임 이후에도, 평당원으로 그 정당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 그 정당은 원로로 소중히 예우해주는 그런 정당...
그런 정당 하나를 만들어 놓지 못한다면,
우리는 천신만고끝에 승리하더라도, 앞으로 6년 후에 다시 집권당에 의해서 쫓겨나는 대통령,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여당을 목도할 뿐일 거라는 나의 불행한 예측에,
단연코 '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를 먼저 말해주면 좋겠다...
민주당 입당론을 만병통치약으로 외치시기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