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여당 당원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하지만 당원이 되고픈 맘도 강하고 때론 질러 버릴까 싶을 때도 있다. 2004년, 아무 것도 모르면서 첨맘님의 선동(열린우리당을 접수하자는 당원 배가 운동)에 열린우리당 당원이 되었던 것처럼. 그러나 여러가지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당분간은 비당원으로 살고 싶다.
'시민광장 생활'(예전엔 그랬다. 내 생활의 많은 시간을 시민광장과 보냈으니까)을 청산하고 실제 생업에 몰두하다 보니 생업과 가정사를 돌보기에도 늘 시간은 모자랐기에 첨맘님과 시민광장은 이제 내 생활에서 무관심 아닌 무관심 대상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첨맘님이 참여당의 대표가 되는 일은 '역사적인 사건'이라 여겨졌기에 봄바람과 더불어 솔솔~ 무관심했던 귓속으로 소식이 속속 날라들었다. 전당대회를 일주일쯤 앞둔 그 어느 때부터. 왜냐면 참여당 전당대회가 3/12인지 3/19인지 헛갈렸었으니까.
이 역사적인 순간을 내 눈으로 보아야만 할 것 같았다. 더군다나 전당대회 장소는 내가 서식하고 있는 수원에서 열리는 거니까 망설임없이 가야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전당대회는 오랜 시간 축제처럼 치러지는 모양이었다. 부담없는 토요일 오후 저녁 6시30분까지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었으니 나 같이 토요일에도 일하는 사람을 위한 배려가 있었던 걸까?^^
내가 궁금했던 것은 전국에서 당원들이 혹은 시민광장 회원들이 얼마나 많이 참여했을까가 첫번째였다. 그 열기를 보고 싶었다. 그들의 사기와 희망과 자신감, 용기를 측정할 수 있을 테니까. 기자들은 또 얼마나 왔을까도 궁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대표로 선출된 첨맘님은 무슨 말씀을 하실까였다. 참여당은 아무래도 새로운 길을 가는 만큼 '불확실성'의 당이고 '예측불가' 당이니까 전당대회의 분위기를 보고 나름 앞날을 예측해보고 싶기도 했다. 물론 내가 무당도 아니고, 보나 안보나 어렵고 가능성을 점치기엔 여전히 안개속이긴 하다.
업무를 마치고 평상시보다 일찍 일터의 문을 닫았다. 프로그램을 보건대 6시 전까지만 가면 새대표의 인삿말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시각에 맞춰 움직였다. ㅎㅎ, 나도 나이가 들어 가는 걸까? 열정이 한 풀 꺾여 매너리즘에 빠진 old 팬이 되어 버린 것일까? 예전엔 첨맘님을 만나러 가는 날이면 으레 첨맘님을 상징할 수 있는 뭔가로 치장을 해야만 하는 편집증적 의무감에 시달렸었는데 이번엔 그런 부담감을 0.001% 정도만 느끼면서 노랑도 분홍도 아닌 보라색 외투를 걸치고 나섰다. 황사가 심해 분홍색 황사 마스크를 쓰고 분홍색 장갑을 끼었던 건 굳이 맞추려고 한 건 아니었고 그냥 우연히 맞아떨어졌을 뿐이었고.^^ (마스크를 쓴 모습이 뉴스 화면에서 포착 되었었는지 누군가 나한테 '복면 놀이' 잘 하고 왔냐 물었다.)
5시 50분쯤 수원 종합운동장에 도착해 입구로 들어가니 안내 표시가 잘 되어 있어 헤맬 필요가 없었다.
아~! 속으로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왠지 가슴이 방망이질 치면서 뭔가 또 짠해지고 있었다. 몇군데 걸려있는 '시민광장' 현수막들이 나의 발길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전당대회장 밖에 많은 분들이 나와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랐지만.
속으로 '설마 벌써 끝난 건 아니겠지?' 생각하며 마음이 급해져 전후좌우 돌아볼 새 없이 곧장 실내로 들어갔다.
체육관 안에 많은 분들이 운집해 있었다. 생각보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사람들... 나의 눈으로 볼 때.
솔직히 참여당 당원이 현재 몇명이나 되는지 모른다. 그저 그 체육관이 입추의 여지없이 꽉 찼다면 좋았을 것을 하는 맘은 생기더라. 그렇지만 빈 자리가 보인다고 해서 그다지 썰렁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 정도면 괜찮네 하는 느낌이었으니까.
내 뒤를 따라서 고등학생 쯤 되어 보이는 여학생 대여섯명이 교복을 입은 채 체육관 안으로 들어오길래 나는 그들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자주 주시해보았었다. '대체 저 애들은 왜 여기에 왔을까? 뭘 알고 왔을까? 사람들이 많이 모였으니 뭔 일인지 궁금해 호기심에 온 것일까?' 등등 나는 그들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으니까. 그 애들은 처음에 체육관 안으로 들어왔을 때 사람들이 많은 것에 놀라는 것 같았다. 자기들끼리 뭐라 얘길 하더니 "아무데나 가서 앉자!" 하며 빈자리를 찾아 가서 앉았다. 어른들이 쳐다보는 시선에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요즘 애들이 다 그렇지뭐!^^


너무 멀어서 사진이 선명치 않다.
왼쪽 사진에서는 애들이 얌전히 앉아 있고, 오른쪽 사진에서는 애들이 일어나 있다.
그 애들의 행동을 봤을 때 그들은 단순한 호기심에 온 애들인 것 같았다. 왜냐면, 우리가 프로그램 진행에 따라 함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고, 유시민을 연호할 때도 그 애들은 얌전히 앉아 자기들끼리 얘길 주고받는 모습이었으니까. 그런데 재미있는 모습을 막판에 보았다. 대회가 막바지에 이르러 신나는 음악과 율동으로 대미를 장식할 때 그 애들은 일어나서 같이 춤을 추는 것이 아닌가! 무대에서 율동하는 언니, 오빠들을 흉내내며 아주 신나게 노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아마도 그 애들은 내일 학교엘 가면 친구들한테 이 새로운 경험에 대해 자랑을 할 것 같다. 그러면서 유시민을 몰랐었다면 그가 누군지 알기 위해 인터넷에서 '유시민'을 검색할지도 모르겠다. 이 애들이 몇 년 후에 혹은 조만간 시민광장 회원이 될지도 모를 일이고, 상상해보니 훈훈한 장면이었다. ^^
각 시도당과 위원장 소개가 있었고, 대회장은 열기가 넘쳤다. 각 지역에서 온 당원들이 목청을 돋구어 함성을 질렀고 각 시도당 위원장은 아이유의 3단 고음 저리가라 큰 목소리로 대회장이 떠나가게 각오를 다지는 인사말이나 구호를 외쳤다. "가자! 가자! 가자!"
그 다음에 약간은 긴장감이 감도는 선거 결과 발표가 이어졌다. 청년위원장, 여성위원장, 최고위원, 마지막으로 당대표 투표 결과가 발표되었다. 즐거운 축제 분위기 가운데 청년위원장과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세 명의 낙선자가 있어서 그들에겐 조금 아쉬움이 생겼을 것 같다. 어쨌든 선거는 선거이고 선거에서 지는 것은 슬픈 일이니까. 좋은 일이면서도 한순간 경계감을 갖게 되는 것은 선거에서 당선된 모든 분들이 아마도, 내가 아는 한 시민광장 회원일 것 같다는 데 있었다. 아니꼽게 보는 사람의 눈에는 얼마든지 씹을 거리가 될 테니까. 그러나 그런데 연연할 필요는 없다. 이미 닻을 올리고 항해를 시작한 사람들이 '왜 그 배에 니 식구들만 태우냐'는 비아냥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는 거다. 타고 싶은 사람은 다 타라고 했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이 탄 것이니까.
새 대표의 인삿말은 매우 중요하니까 따로 다루고 싶다. 훌륭한 전당대회를 치렀고, 97%라는 엄청난 당원의 지지를 얻어 새대표가 선출되었음에도 참여당의 앞날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내내 가슴 한켠을 짓누른다. 첨맘님도 인삿말에 썼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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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에는 멀고 험난한 길이 놓여 있습니다.
비상한 각오 없이는 갈 수 없는 길입니다. 한번이라도 발을 헛디디면 실패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위험한 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길에 도전합니다. |
첨맘님의 미래가, 참여당의 미래가 참 쉽지 않을 것 같다. 정치판에서 첨맘님의 존재가 워낙 '계륵' 같아서 모두가 골머리를 앓고 있으니. 어찌 보면 정말로 위험한 외줄타기를 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온전한 '관전자'의 입장이라면 이 흥미로운 정치판을 즐길 수 있겠지만 내 마음이 조마조마한 걸 보니 역시나 팔이 안으로 굽고 있나 보다. 누가 얼마다 더 사무쳐야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마지막에 신나는 음악에 맞춰 율동할 때 첨맘님의 모습이 화면에 여러번 잡혔는데 보는 이로 하여금 유쾌한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첨맘님 뿐 아니라 이재정 전 대표님도 그렇고, 그 점잖으신 분들이 젊은 언니 오빠들과 함께 몸짓을 나누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게 보이던지!
"그대들, 참 귀여우십니다!"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었다.
참여당의 2기, 중요한 시기에 새대표가 되어 참여당을 책임지게 된 첨맘님을 응원합니다. 힘내시고, 지치지 마시고 즐기며 가시길 바랍니다. 너무 조급하지도 말고 골인점이 멀리 있는 마라톤을 한다 생각하시고.
유시민 화이팅!
참여당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