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글은 경기수원광장 토론광장에서 함께 입력된 사랑시님의 글입니다. |
유레카!
선명하게 보이는 것도 없으면서 막연하게 뭔가가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지난 참여당 전당대회를 다녀온 이후부터 그렇다. 생업에 바빠 한발짝 물러서 있었다. 작년 하반기를 돌아보자면 그저 모른 게 나락이었다. 선거에서 낙선한 첨맘님의 처지도 한 치 앞을 볼 수 없었고, 맨날 욕먹는 시민광장 집행부도 맘에 안들었다. 모든 게 뒤틀린 듯 했다. 가면 안되는 잘못된 길을 잘못 들어선 느낌이었다. 그래서 일단 정지하고 세상사에 무관심했다. 내가 이 우주에 어떤 氣를 불어넣든 안 넣든 우주의 법칙대로, 하늘(세상을 관장하는 절대자라고 친다면)의 예정표대로 세상은 움직이고 질서를 되찾게 되겠지 하는 맘으로 비껴나 있었다. 그러던 차에 첨맘님이 참여당의 대표를 맡게 되었으니 이젠 다른 시각과 관심으로 세상을 봐야할 때가 된 것이었다. 그래서 비당원이면서도 참여당 전당대회에 갔던 것이다.
전당대회를 참관한 이후, 기분은 참 복잡미묘하더라. 기뻐할 일인지, 슬퍼할 일인지도 갈피 잡지 못하고 내 머릿속은 헝클러져 버린 것이다. 과연, 첨맘님은 절대 지존 울트라 슈퍼 스타 초능력자가 될 수 있을까? 세상사 모든 일이 우리가 바라는 대로, 계산대로만 척척 따라준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내가 생각하는 것을 나의 경쟁자도 생각하는 것이고 나에게 지지 않기 위해 나만큼이나 최선을 다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계산은 더욱 복잡해지고, 머릿속은 난해해지는 것이다.
오늘(하루의 기둥을 넘었으니 어제가 되었군)은 누군가로부터 쪽지를 받았는데 이런 내용이 있었다. (사전 양해없이 공개해 죄송)
제게 주어진 1년.
이 1년 동안 대반전을 일으키고자 합니다.
제가 나가 떨어지건 아니면 상황이 급반전 되건 둘 중 하나로 정리할까 합니다.
죽기살기로 나선바 지켜봐 주십시오.
그래서 나는 이런 내용이 포함된 답장을 보냈다.
제 생각은 조금 다른데...
너무 죽기 살기로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남은 열정, 길고 오래 지속하시고 마지막에 웃으셔야죠.
장렬히 산화하는 일은 이제 그 누구도 하지 않길 바랍니다.
내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지 못한 채 전당대회 다음날 인터넷 기사를 살펴보고 있었다. 솔직히 지금은 기억이 흐릿하다, 전당대회 당일날 본 건지 다음날 본 건지? 아무튼 하나의 기사에서 난 '유레카!'를 외치듯 했다, 별 것도 아닌 걸 보고. 넘치는 기사들 속에서 다시 그 기사를 찾으려 애써봤으나 실패했다. 그 기사엔 첨맘님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비교해 놓은 표가 있었다. 두 분의 프로필을 도표로 간략히 비교한 것이었다. 내게 다른 것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물론, 덜 중요한 가운데도 두 분 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이력을 보면서 작년 어느 날을 회상하긴 했다. 2010.6월 지방선거의 마지막 선거운동일이었겠지? 수원역에서 마지막 유세를 했었으니.
그 때 손학규 대표가 그랬었다. (표현 그대로는 못 옮기니 의미만 새기시라~) 무슨 인연인지 첨맘님이 자기를 따라 다닌다고. 자기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했는데 첨맘님도 보건복지부 장관을 했고, 자기가 경기도지사를 했었는데 이제 첨맘님이 경기도지사가 되려고 한다, 다음에 대통령도 자기 뒤를 따르라는 식의 우스개를 던졌었다. 다들 손뼉 치고 환호하고 했었지.
다시 기사 얘기로 돌아오면, 웃기게도 내 눈에 가장 강렬히 보였던 것은 두 분의 나이였다.
손학규 1947.11.22. (만 63세)
유시민 1959. 07.28.(만 51세)
'아! 현재의 손학규 대표 나이를 감안하더라도 첨맘님은 앞으로 10년 이상이나 기회가 있는 거구나! '싶었다. 내 머릿속이 갑자기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구렁텅이에서 저 멀리 빛이 보이는 느낌이랄까? 우리에게 이렇게 많은 시간과 기회가 있었구나... 미리 좌절할 필요는 없겠구나...
첨맘님의 당대표 수락 연설
첨맘님의 수락 연설은 정말 주옥 같았다. 한마디도 흘러보내지 않으려 귀를 쫑긋 세워 경청했다. 첨맘님의 연설문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되어 있었다.
1. 치하의 말씀
참여당 창당 준비부터 지금까지 오는데 수고하신 모든 분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감사를 전했다. 누가 첨맘님을 싸가지 없다고 하는가? 난 늘 첨맘님이 반듯하고 경우 바르고 예의를 갖출 줄 아는 분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현실적인 상황이나 선택의 기로에서 냉정하고 살벌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그건 나름의 이유가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걸로 인간미가 없다느니 하는 주장에 대해 전혀 동조하지 않는다. 난 이런 모습의 첨맘님이 참 좋다. 위의 지도급부터 아래 무명 당원의 애씀까지 챙길 줄 아는 첨맘님이라서.
2. 축하의 말씀
이 날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분들을 축하하고, 합심해 성공하는 정당을 만들자고 하셨다.
3. 부탁의 말씀(국민에게)과 참여당 정체성
그 다음에 나오는 말씀이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국민참여당을 부탁합니다. "라고 하셔서 깜짝 놀랐다. 당 대표 인사말씀이라길래 당원들에게만 하는 인사인 줄 알았으니까.
여기에서 참여당이 어떤 당인지에 대해 새로운 정의를 내려주셨다. 그간 많이 시달려온 것을 정리했다고나 할까? 노대통령님의 상속자가 어떻고 유산이 어떻고 하는 말들이 난무한데 대한 일격을 가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상속하고 싶은 자 다 해라, 지분 챙기고픈 사람들 다 챙겨라, 그건 어느 한 사람의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것이니까. 대신 참여당은 노무현 대통령님(참여정부)의 부채만을 승계하겠다. ' (아! 멋지다!)
이 내용을 들으면 참여당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알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하고자 했지만 실패했던 일을 이어받아 하겠단 것이고, 그 일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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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남긴 부채를 갚는 길은 훌륭한 국가를 만드는 것이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어떤 부당한 특권과 반칙도 용납하지 않는 국가를 만들겠습니다. 돈과 권력을 가진 그 누구도 헌법과 국민주권 위에 군림하지 못하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그와 더불어 시민 한 사람도 결코 버리지 않는 국가를 만들겠습니다. 그 누구도 생존을 위해 경제적 강자의 자비심에 의존하거나, 인간적 존엄을 포기하고 굴종하는 일이 없도록 보살피는 국가를 만들겠습니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확실하게 지키는 국가, 만인에게 똑같이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는 국가, 국민의 삶이 풍요로워지도록 애쓰는 국가, 사람들 사이에 정의를 확고히 세우는 국가를 만들겠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국가를 만들어야 시민의 삶도 훌륭해질 수 있습니다. 훌륭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치가 훌륭해져야 하고, 정치가 훌륭해지려면 정당이 훌륭해야 합니다. |
내 좁은 소견으로 조금 아쉬웠던 것은, 안 그래도 어중이 떠중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참여당은 뭐하는 곳이야? 그저 노무현 이름만 팔고 있잖아!"라고 비아냥 대고 있는데 이 날도 역시나 노무현 이름만 판 것 처럼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잘 알지만 천진한 국민들을 위해 조금만 립서비스를(나쁜 뜻이 아닌!) 해줬으면 어땠을까? 앞으로 참여당은 이런 일을 할 거라든가, 중점적으로 어떤 일에 힘쓰겠다는 걸 구체적으로 맛뵈기라도 보여주셨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거다. 위의 말씀들은 아주 훌륭하고 좋은 말씀이지만 조금은 추상적이고 선언처럼 들리니까. 그래도 괜찮다. 참여정책연구원 원장을 하시면서 좋은 정책을 많이 개발해두셨을 테니 앞으로 하나씩 들고 나오시겠지.^^
4. 당부의 말씀(당원에게)과 목표 설정
5. 당 운영 방침
국민과 소통(이동 당사, 만민공동회) / 선택과 집중 / 연대 / 국민의 요구, 명령을 받든다
참여당의 길은 고난의 길
첨맘님은 당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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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에는 멀고 험난한 길이 놓여 있습니다.
비상한 각오 없이는 갈 수 없는 길입니다. 한번이라도 발을 헛디디면 실패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위험한 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길에 도전합니다.
당원들이 서로를 믿지 않으면 국민은 우리당을 믿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마음 속에 확신이 없으면 우리당은 누구도 설득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당원들이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우리당도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 감동하지 못하면 우리당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가 남을 먼저 포용할 때 남들도 우리를 껴안아 줄 것입니다.
우리 자신을 믿고 역사와 국민을 믿으면서 함께 멀고 험한 길을 떠납시다. |
아~, 찡하다. 난 이 부분과 당 운영방침을 듣고 맴이 심란했었다. 내년에 참여당은 많은 홍역을 치룰 지도 모른다. '선택과 집중'이라던가 '국민의 명령'이라는게 뭐겠나? 내년 선거에서 여러 사람이 피를 볼 수도 있다는 거다. 참여당 당원들과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고 하는 예비 후보들은 이 점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고, 뒷말이든 옆말이든 없어야 한다는 거다. 작년 지방선거 때 야권 단일화 때문에 자당의 후보를 주저앉혔다고 얼마나 뒷말이 많았나? 그 따위 한가한 소리를 집어치란 소리다. 당장 명맥 유지가 어려운 당이니 될 성 부른 나무에만 물을 주겠단 거다. 거기에 당의 역량을 쏟아 붓고, 가능성 없는 곳은 타당에 단일화를 해주겠단 거다.
이것 뿐이겠는가? 대선 상황에선 어떻겠나? 순전히 첨맘님의 능력과 하늘의 운에 따리 지지율이 나오겠지만, 월등히 앞서지 않는 한 우리는 대선에서 야권의 단일화 후보가 첨맘님이 아님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런 거다......
무엇을 택하겠는가?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무리수를 두겠는가, 차라리 통크게(?) 양보하겠는가? 이런 과정에 당은 아마 많이 시끄러워질 거다. 지도부를 믿고, 당원 동지들을 믿고 참고, 멀리 보고 가야 할 것이란 것이 내 생각이다.
전당대회 다음날 나온 기사 제목 중에 '대선 출정식' 어쩌고 하는 게 가장 맘에 안들었다. 내가 잘못 추측할지도 모르겠지만, 첨맘님은 대통령 되는 것보다 제대로 된 정당을 키우는 일을 더 하고 싶을지 모른다. 이런 정당을 반석에 올려 놓고, 말만 하던 '100년 정당'이 꿈이 아님을 보여줄 수 있다면 대통령 자리 10번이라도 사양할 분이시란 거다. 만약에 대통령이 된다한들, 이런 정당 하나 만들지 못했다면 실패한 정치라 생각할 거다. 그러기에 뼈아픈 두번(개혁당-열린우리당)의 실패를 생각해서, 아무리 민주당의 공작과 괴롭힘이 있더라도 참여당을 없애는 일은 결단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대통령 후보자리를 내놓던가 정치를 그만두던가 하겠지. 이것이 참여당의 앞날에 당장 닥친 일이 아닐까 싶다.
10년 후를 내다 보고 조급해 하지 말자!
나는 꿈꾼다. 내가 10년 후에 참여당의 당원이 되는 꿈을. (이거 돌 맞을 소릴까?^^) 10년 후쯤 되면 나는 한달에 두번은 염색을 해야 하는 중년이 되어 있겠지. 지금보다 훨씬 여유롭고, 자유롭고, 남의 눈치 덜 보며 정치에 참여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 때까지 참여당이 나를 기다려 줄 거라 믿고 싶다. 물론 지금은 '정신적 참여당 당원'이라고 생각한다. 첨맘님과 참여당의 고난을 함께 하겠지.
그렇다고 미리 겁낼 필요는 없다. 욕심이 화를 부르는 법이니까 욕심만 다스릴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 입지를 오히려 유리하게 가져갈 수도 있을 것이다. 잘은 모르지만, 정치판에 공짜는 없으니까! 우리가 가진 것을 다른 값어치 있는 것으로 바꾸어 당을 키우는 것이 종국엔 큰 웃음을 가져다 줄 테니까.
내가 아는 정도니 남들도 다 알 것이다. 현재의 국민참여당 당세로는 대통령 자리를 보위할 수 없다는 것을. 글 초반에 나온 쪽지에서처럼 1년 안에 '대반전'이 이뤄져 국민참여당이 민주당을 능가할 정도로 팽창한다면 모를까, 아니라면 우리는 첨맘님을 노무현 전대통령님이 가셨던 길로 보내선 안된다.
나의 유레카는 이제 선명해졌고 오히려 맘이 편해지고 여유가 생겼다. 잃을 게 무어냐, 하나씩 하나씩 실속있게 챙기자! 길게 보면 10년이고 짧게 보면 5년이 아닌가? 당장은 힘을 키우는 게 급선무다. 어떠한 흔들기에도 끄떡않을 힘을!
우리 모두 어떤 일에도 좌절하지 말고 자기 자리를 지키자. 서로를 바라보며 함박 웃음을 지을 때까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p.s.
미안합니데이, 장문 테러 해서.
당분간 글 쓸 시간도 별로 없는 것 같으니 한달치 썼다고 생각해 주시고 용서해 주시길.
미리 패배의식을 나타내는 글이란 오해도 거둬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우리가 배수진을 칠 이유가 없다는 걸 말하고 싶었을 뿐. 우리에게 희망은 길게 남아 있다고, 겁날 게 없다고.
첨맘님이 당원들에게 당부한 내용에서 '당원'을 '회원'으로, '우리당'을 '시민광장'으로 바꿔서 한번씩 읽어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