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유시민 탐구3]이라고 제목을 넣었지만, 시리즈가 하나의 어떤 완결성을 갖고 가는건 아니다. 따라서 시리즈 순서대로 무슨 연관성을 확고하게 갖고 쓰는 글은 아니다. 일단 써놓고 나중에 순서는 재구성할 예정이다.
지역주의에 의거한 양강체제를 혁파해야 한국 정치가 정상화된다
오늘 다루게 될 주제는 이것이다.
유시민은 왜 김해을에서 '야권분열'이라는 '돌팔매'를 맞아가면서 저러는 것일까? 그 해답은 서울신문 인터뷰에 들어있다. 유시민에게 '야권분열'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사람들은 '반한나라당'이라는 목표 하나에 집중해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정치가 계속되면 진보진영은 늘 민주당에게 멱살을 잡혀서 갈 수밖에 없다. '반한나라당'이라는 '대세'가 군소정당의 존재의의를 삼켜버린다.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뭉쳐라'는 말은 87년 이래로 계속된 레파토리다. 그 수혜는 늘 민주당이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우리 국민들 손에 쥐어진 결과물이 무엇인가? 별로 남은 게 없다.
그래서 일단 2012년까지는 <반한나라당>에 동의하고, 그러기 위한 노력을 하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정당과 정당이 상호존중하는 풍토를 세우고, 공정한 룰을 만드는 밑바탕을 깔고 있다. 이번 재보궐선거가 밀어부치기식 단일화로 가면 내년 총선은 정말 골치아픈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가 발전했는가?"라고 물으면 "발전했다"고 대답하는 국민들이 별로 없다. 중요한 것은 한국 정치가 이런 식으로 계속 흘러가면 소위 진보개혁진영은 영원히 '반한나라당'을 외쳐야할지도 모른다. 그 문제의식이 유시민의 답변에 들어있다. 유시민은 한국 정치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한 것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 야권의 혁신
- 정치지형의 정상화
- 지역주의.양강주의 혁파
- 진보의 집권
이 네 개의 과제는 서로 얽혀있다. 서로가 원인이 되고, 결과를 이룬다.
정책과 이념 중심으로 정치지형을 재편해야 한다한국 정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지역주의>다. 영남의 한나라당, 호남의 민주당이라는 지역주의 양강이 버티고 있다. 거기에 '정책과 이념'을 중심으로 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지역주의와 이념이 혼합된 자유선진당이 혼재해 있다.
지역주의는 한국 정치를 정책과 이념을 중심으로 한 정당간의 경쟁을 가로막고 있다. 유시민은 국민참여당의 이념으로 <진보자유주의>를 제시했다. 이것은 장차 한국 정치의 지형을 이념과 정책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극우보수주의(한나라당)-보수자유주의(민주당)-진보자유주의(국민참여당)-사회민주주의(민노당)-사회주의(진보신당)
사실 국민참여당을 제외하고 명확하게 자신의 이념을 밝힌 정당은 없다. 그러나 각 정당이 제시하고 있는 정책을 토대로 구분한 것이다. 따라서 저 구분은 나의 주관적 구분임을 밝혀놓는다. 그러나 전혀 일리없는 구분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먼저 표를 보기 바란다. 4월 4일에 발표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다.

지역주의 정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양강 체제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이념과 정책 중심의 군소야당이 존재한다. 한국 정치는 지금 지역주의 정당이 정당간 경쟁을 모두 가로막고 있다.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지역주의와 소선구제의 결합, 괴물을 만들다지역주의와 소선구제는 절묘하게 결합하고 있다. 군소야당이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다. 선거구제가 개편되지 않는 이상 군소야당이 살아남기 힘든 것은 분명하다. 문성근이 '정파등록에 의한 단일정당'을 외치는 이유도, 현행 소선구제에서는 군소야당은 의석획득이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의 정당안에서 정파로 경쟁하면서 단일후보를 내세울 경우 군소야당이 안정적으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문성근이 제시한 방안이 성사만 된다면 군소야당에게 나쁠게 하나도 없다.
문제는 지역주의 기반의 민주당이 순순히 동의할 것이냐이다. 과연 이념과 정책을 기반으로 정당 지형을 재편하는 데 동의할 것이냐이다. 문성근은 민란을 일으켜서 혁신하겠다는 것인데, 이 지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갖고 있다.
비민주 진보소통합유시민은 다른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게 바로 <진보소통합>이다. 현재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이 논의되고 있는데, 조금만 더 상상력을 발휘해서 국민참여당까지 포함한 소통합을 고려해야 한다.
소통합을 하게 될 경우 위의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재구성하면 이렇게 된다.
참여당+민노당+진보신당=11.6 vs 25.7 민주당
비록 2배 정도의 차이가 생기지만 그 협상력은 달라진다. 민주당은 군소야당의 협조를 받지 않는 한 대통령 선거는 물론이고, 호남을 제외한 전국의 거의 모든 지역구에서 절대 한나라당을 이길 수 없다. 지금 민주당이 야권 연대에 있어서 강자의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은 '반한나라당'을 볼모로 군소야당을 협박하거나 각개격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민주당을 포함한 대통합은 안되는가. 이건 이미 열린우리당을 통해 실험을 했었다. 그러나 지역주의 기반의 보수자유주의 세력인 민주당은 사회자유주의 세력을 배척했다. 노무현이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았던 것도 민주당 안에 사회자유주의 세력이 보수자유주의와 지역주의 세력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1편에서 말한 <노무현의 좌절>이고, 유시민이 말한 "그분이 가려했지만 가지 못했던 길"을 의미한다. 항상 <대세>에 밀려서 <대의>를 접었던 게 노무현의 정치인생이었다. 유시민은 노무현이 대세에 밀려서 포기하고 좌절했던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거다.
노무현의 이 연설을 참조하기 바란다.
노무현은 대세에 밀려 대의를 포기해야 했다. 그 이유는 오직 열린우리당이 해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탈당하라고 해서 탈당도 하고, 기간당원제 폐지가 문제되었을 때 정동영 등의 통합파한테 열린우리당 해체의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서 유시민에게 양보하라고 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열린우리당을 해체했다.
유시민은 노무현이 민주당 안에서 끊임없이 시도했던 통합의 정치가 열린우리당 해체로 좌절로 끝나면서, 소수의 제3당으로 통합을 시작했던 그 자리로 되돌아간 것이다. 그게 국민참여당이다.
그럼 유시민이 제시한 소통합은 가능할 것인가? 가능하다. 밑에 나오는 유시민 발언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된다. 나중에 다른 주제에서 추가로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유 원장이 대통령을 하겠다면 민주당에 들어가는 방법 말고는 없다고들 한다.
-(웃음) 지금 다시 민주당에 가면 예전처럼 혼자는 아닐 거다. 오면 도와주겠다는 분들도 계시고, 그분들의 뜻을 잘 알지만 그길은 노 전 대통령이 간 길을 뒤따라 가는 것이다. 이젠 익숙한 것들과 결별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건 혁신이다. 앞으로 정당·정치 문화·정책 발전을 이루는 도전을 해야지, 권력 도전만으로 의미를 찾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
(밑줄 친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 역사에서 배우자
모택동과 장개석은 완전히 상반되는 이념을 가졌지만, 중화민국의 독립을 위해 <국공합작>을 했다. 보수자유주의자와 공산주의자들도 합작하는데, 이념 차이를 내세워 연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서구 유럽은 <연합정치, 즉 연정>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의 사회보장제도는 노동당에 우호적인 자유당이 도입하기 시작했다. 보수당의 저항을 뚫기 위해 자유당이 노동당과 손을 잡은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당이 다수여당이 되면서 자유당은 몰락했지만, 지난해 총선에서 다시 재건되어 보수당과 연정을 꾸렸다. 향후 영국 노동당이 재집권을 하기 위해서는 자유당과 연합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자유당과 연합하지 않는 한 노동당이 영국에서 재집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 진보주의자들이 롤모델로 제시하고 있는 스웨덴은 또 어떤가? 스웨덴의 사민당은 자유당의 우호적인 연대 속에서 성장했다. 사민당이 다수당이 된 것은 1917년이다. 이 때도 자유당과 연정을 꾸렸다. 그 이전에는 자유당이 다수당이었고, 사민당은 연정파트너였다. 이러한 연정을 통해 보수당의 저지를 뚫고 복지제도를 확충할 수 있었고, 세계 대공황 당시인 1932년 실업극복과 비상구호 사업을 공약하며 사민당 단독으로 집권하기에 이르렀다.
비단 영국과 스웨덴만 그런게 아니다. 대부분의 정치 선진국들은 진보주의와 진보적 자유주의의 연대가 수시로 일어났다. 보수적 정당을 이기기 위해서는 연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자신의 이념과 정책의 선명성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런 선명성 속에서도 정권을 획득하기 위한 정당으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자유주의 세력과의 연합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이것은 한국의 진보세력과 진보적 자유주의 세력이 함께 사는 길이기도 하다.
소선구제가 당장 없어지기 힘든 상황에서는 연정을 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민주당과 힘의 균형을 이루어 대등하게 협상하고, 이를 기반으로 야권 전체가 연합정부를 구성하는 단계로 나갈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게 된다.
4편 예고
다음글을 미리 예고한다. 국민참여당이 창당될 수밖에 없는 역사적, 사회적 이유를 다룰 예정이다. 미리 말하지만 참여당 만든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니 하는 <궁물 타령 따위의 진정성타령>하는 사람들은 그냥 관심끄고 꺼져라. 역사의 흐름속에서 사태를 파악하지 않는 <정치중독자들>과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는다. 반면 정치에 관심이 없는 일반 시민들과는 내 모든 노력을 기울여 꾸준히 대화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책도 쓰는 것이다.
→김두관 경남지사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의 지분은 노 전 대통령과 이광재·안희정 세분이 갖고 있다고 했다. 유 원장은 지분이 없나.
-없다.
→왜 없나.
-난 사실상 혼자 대통령과 결합했다. 대통령과 정치적 행보를 했던 측근이나 참모도 아니었다. 정부와 결합할 정도의 인적 기반을 가진 세력이 아니었다. 개인적인 관계다. 실제로 정부의 인사나 공공기관에 사람 넣는 것까지 해본 적이 없다. 좀 유명한 자원봉사자라고나 할까.(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