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두려움이 없구나 산 하나를 통째로 뒤덮어버린 무서운 독점욕 반들반들 윤기가 나는 시퍼런 잎들 아래로 수많은 생명들 숨도 쉬지 못 한 채 무참히 죽어간다 거침없이 위로 위로 어디까지 야금야금 갉아먹으며 그 날카로운 발톱으로 할퀴고 찌르며 무엇을 얼마나 짓밟고 숨통을 누르고 뻗어나갈 것인지 등골이 서늘하다 물 샐 틈없이 촘촘한 바리케이트 햇빛도 바람도 공기도 드나들 수 없는 곳에서 저항도 눈물도 없이 죽어가는 생명의 울음을 들어나 보았느냐 길 앞을 가로막는 것들이라면 모두가 너에겐 적이었더냐 누가 너를 향해 전사의 기상이며 포기하지 않는 의지라 칭송하였더냐 우뚝 서서 곧은 몸으로 잎을 피워내던 허리 굵던 마을 어귀 나무의 숨소리가 거칠다 독 품은 무정한 번식 앞에 바위인들 어찌 온전할 수 있을까 음습하고 질 좋은 땅만 골라 빠르게 점령하고 번들번들 몸을 키우는 걸 보니 네 꼴이 꼭 누굴 닮은 듯하다 가을이면 부끄럽기도 한 모양이다만 내 안 시뻘겋게 분통이 터진다
담쟁이
두려움이 없구나
산 하나를 통째로 뒤덮어버린 무서운 독점욕
반들반들 윤기가 나는 시퍼런 잎들 아래로
수많은 생명들 숨도 쉬지 못 한 채 무참히 죽어간다
거침없이 위로 위로
어디까지 야금야금 갉아먹으며
그 날카로운 발톱으로 할퀴고 찌르며
무엇을 얼마나 짓밟고 숨통을 누르고
뻗어나갈 것인지
등골이 서늘하다
물 샐 틈없이 촘촘한 바리케이트
햇빛도 바람도 공기도 드나들 수 없는 곳에서
저항도 눈물도 없이
죽어가는 생명의 울음을 들어나 보았느냐
길 앞을 가로막는 것들이라면
모두가 너에겐 적이었더냐
누가 너를 향해 전사의 기상이며
포기하지 않는 의지라 칭송하였더냐
우뚝 서서 곧은 몸으로 잎을 피워내던
허리 굵던 마을 어귀 나무의 숨소리가 거칠다
독 품은 무정한 번식 앞에
바위인들 어찌 온전할 수 있을까
음습하고 질 좋은 땅만 골라
빠르게 점령하고 번들번들 몸을 키우는 걸 보니
네 꼴이 꼭 누굴 닮은 듯하다
가을이면 부끄럽기도 한 모양이다만
내 안 시뻘겋게 분통이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