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글은 산벗 산행후기에서 함께 입력된 아사달의 봄님의 글입니다. |











너울너울 나비처럼 五峰을 넘어라!
“오봉산 꼭대기 에루화 돌배나무는
가지가지 꺾어도 에루하 모양만 나누나.
에헤야 어허야 영산홍록의 봄바람~~~~“하는
오봉산 타령과 그 오봉산이 같은 산은 아니란다.
아니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오봉산 타령’의 오봉산은
실존하는 오봉산이 아니라는 말이지.
뭔가 찜찜한 기분. 잠결에도 그 좋지 않은 기분.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아주 더러운 그 기분.
그 찜찜함에 잠에서 깨어 시계를 보는 순간 일갈을 토해냈지.
“아, 이런 ××!!! 아, 제기랄!!!”
그리곤 후다닥 문자를 날렸다.
“다정아, 미안한데 오늘 참석 못하겠다.”
뭐랄까? 몇날 며칠을 손꼽아 기다리던 맞선보는 날 눈두덩에
다래끼 돋은 기분이랄까. 하여간 그랬다.
상봉역에서 출발하는 춘천행 전철은 이미 발 디딜 틈도 없이
알록달록 예쁘고도 모양고운 등산객으로 가득했다.
자명종을 맞춰놓아도 휴대폰의 알람을 체크해도 소용이 없다.
“조금만 더, 십분만 더”하는 게으름 앞에는 무용지물이다.
아니나 다를까 일곱 시에 맞춰진 자명종도 소용없이 늦잠을 잤다.
그렇게 눈곱을 떼는 둥 마는 둥 달려간 상봉역은 그렇게 분주했다.
삼삼오오 정다운 사람들로 대합실은 왁자지껄 행복에 겨웠지.
덜커덩 덜커덩 흔들리는 춘천행 전철은 시간여를 달려 사람들을
하나씩 둘씩 지나치는 역마다 꾸역꾸역 토해낸다.
누구는 가평에서, 누구는 춘천에서 바라만 봐도 기분 좋은 모습으로
총총 역사를 빠져나가고, 그렇게 바람마저 푸른 들판을 달려 마침내
우리도 ‘남춘천역’에서 하차를 했다. 뒤태를 보여야 하는 지금.
남은 이들에게 비춰질 내 모습도 보기에 기분 좋은 그런 모습이어야
하는데 어떻게 바라보일지.
하긴 그 모습을 판단할 몫은 남겨진 자의 몫이지. 나야 그저 나름의
행복함으로 총총 사라지면 그 뿐이지. 사서 고민할 이유는 없겠지.
아담하고 예쁘게 치장한 남춘천역은 새것이 주는 정갈함과 깨끗함으로
나를 맞아준다. 조금은 낡고 성겨도 따스함으로 다가서는 설렘도 있고
오래됨이 주는 맛은 없어도 깨끗함과 정갈함이 주는 맛도 있다.
남춘천역이 풍기는 맛은 젊은이의 싱그러움이랄까.
시외버스에 또다시 몸을 싣고 삼십여 분. 차창으로 스치는 춘천의 풍경은
푸름이요, 싱그러움이다. 모든 게 짙푸른 초록의 바다에 풍덩 빠져
바람마저 뚝뚝 초록을 떨구고 스쳐지나간다.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몸짓으로 초록의 물결을 거슬러 올라 오봉산의 허리춤에 서는 순간
나도, 너도 머리카락이며 손끝까지 광합성을 위해 엽록소 가득채운 나무며
풀잎이다. 빠알간 열매 탐스런 산딸기나무이자, 검은 오디 주렁주렁 매단
뽕나무의 너른 품이다. 자연이란 스스로 그러하게 두고 보면 그것으로 좋다.
배후령에서 시작된 산행은 삼십여 분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 바로 능선이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은 마치 시골길을 거니는 푸근함이 있어 좋았다.
바쁠 것도 재촉할 것도 없는 여유롭고 한가한 마음, 기분.
그렇게 고즈넉한 산길을 산책하듯 걷다 마주하는 바위능선. 오봉산의 백미다.
위험하지도, 너무 완만하지도 않은 적당한 긴장감과 좌우로 펼쳐지는 풍경.
게다가 호위하듯 늘어선 기기묘묘한 늙은 소나무가 자아내는 멋스러움은
세치 혀로 어찌 설명할 수 있을 런지. 재주의 모자람을 한으로 여길 수밖에.
오른쪽에 펼쳐진 ‘소양강의 아련함이 좋다’ 말할라치면 왼쪽으로 펼쳐진
이름 없는 산촌이 안겨주는 다정다감함이 눈을 부라린다.
강바람은 너울너울 나비의 날개짓으로 산등성을 넘나든다. 때론 바람으로
때로는 구름으로 안개로 낯빛을 달리하며 넘나듦이 기암괴석으로 오롯이
되살아나 오가는 이를 희롱한다. 비처럼 쏟아낸 땀방울이 무색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다 못해 차다. 땀흘려 오르지 않으면 결코 느낄 수 없는
이 청량한 바람이야말로 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아름다운 계곡, 아름다운 봉우리들, 멋지게 도열한 나무의 씩씩함보다도
더 황홀하게 다가서는 것은 허옇게 묻어난 소금자국위로 불어가는 바람이다.
소양강을 바라보며 걷던 오봉산의 아름다움은 늙은 소나무 그 솔잎사이로
불어오던 그 짙푸른 초록의 바람이다. 무더위가 모든 것 끈적끈적하게 만드는
여름이 싫다만 외치지 말고 그 앞에 당당하게 서보라 말하고 싶다.
그 당당함 앞에서 분명 초록물감 뚝뚝 떨구며 스치는 바람이 있을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