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1일 새벽 5시 기상! 민족의 영산 '백두산 종주'를 위한 여정을 앞두고 두려움과 설렘을 안고 하루를 시작! 천지는 바람이 심하게 불고 기온이 낮아서 날씨때문에 많이 힘들것이라는 경험자 및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겨울 조끼까지 챙기느라 등산가방이 빵빵하다. 이도백하쪽은 눈이 부시도록 화창한 날씨, 푸르른 하늘까지 장관을 연출하며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겨울 날씨를 생각하며 배낭을 메고가는 기분이 묘하다.
서파쪽에서 1236개의 계단을 올라가니 드뎌 꿈에도 그리던 천지가 눈앞에 그 위용을 드러낸다. 2600여미터 이상의 고지대이기 때문에 날씨의 변덕이 심하고 아무도 날씨 예측을 할 수가 없는 상황, 그런데 일행중에 공덕을 쌓은 이가 있어서인지 맑고 깨끗한 천지를 감상하는 천운을 맛보았다. 북한과 중국의 경계석을 바라만 보고 가지 못하는 분단의 비극이여! 우리나라의 산이건만 남북분단이라는 비극이 우리를 내땅이 아닌 중국쪽으로 해서 천지에 올라갈 수밖에 없게 하는 상황들이 안타깝고 아쉬움이 컸다.

한반도 최고의 명산 백두산의 정상에 올라, 워낙 넓고 장엄하여 천지를 한눈에 다 담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순간순간을 뇌리에 각인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동영상 촬영도 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평생에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귀한 시간들을 체험하면서 감격의 기쁨을 오감을 곤두세워 받아들인다. 백두산 자락에는 새하얀 들꽃들이 황홀하게 무리지어 피어있으면서 우리들을 향해 손짓을 하고 그 장관에 넋을 잃은 일행은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댄다. 부슬거리는 흙에서 그리도 예쁜 새하얀 순백의 들꽃들이 핀 것을 보며 자연의 오묘한 섭리와 변화에 감동과 행복을 느끼며 기분좋게 산행을 시작한다.

예정시간 8시간여의 백두산 종주 여정은 많이 힘들것이나 그 등반이 끝난후에 느낄 쾌감과 뿌듯함을 생각하며 결연한 의지로 첫발을 내딛는다. 시작하면서 오르막 빙판길이 시작되고 그 길을 일행과 함께 조심조심 걸으면서 한걸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는다. 자칫 한발자국만 잘못 내딛어도 추락의 위험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시간들이 얼마나 두렵고 걱정되든지...
함께 간 일행과 함께 마음과 뜻을 모아 서로의 안위를 챙기며 민족의 영산에 힘찬 발자국을 내딛으면서 자랑스러운 흔적을 남긴다. 이 여정을 무사히 마치고 나면 살아가면서 어떤 고난이 닥치더라도 이겨낼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 힘들 때마다 백두산 줄기를 넘나들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몸을 초개와 같이 던졌던 선조 독립투사들을 생각하며 죽음을 무릅쓴 여정을 소화하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한 산행이었다. 백두산은 16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북한쪽에 7봉우리, 국경선에 3개 봉우리 그리고 중국쪽에 6개의 봉우리가 있다 한다. 우리의 여정은 그 여섯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서파에서 북파까지 종주하는 것이다.

여섯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가파른 산길을 걷는 동안 오로지 자신의 마음과 동료애를 의지하면서 정성을 다한 발자욱을 내딛는다. 커다란 돌멩이가 살아 움직이며 일행의 안위를 위협하고, 미끄러지거나 한발만 잘못 내딛어도 바로 추락사하는 공포를 느끼게 하는 산길을 헤치며 천지를 여러 각도에서 감상하면서 가는 시간들이 아무나 느낄 수 없는 소중한 기회라는 것에 힘입어 결기를 세우며 젖먹던 힘까지 짜낸다. 입에서는 나도모르게 두려움에 떨리는 신음소리, 고통소리, 한숨소리가 절로 난다. 이따금 기분좋은 길이 나오면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며 여러가지 모습을 한 백두산 산자락길에 내 마음도 여러가지 모습으로 화답을 한다.

입에서는 단내가 나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길은 온통 비탈길이나 빙판길인데 매 순간순간 조심하지 않으면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하는 장장 8시간 30여분이 넘는 대장정은 인생에서 잊지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붉은 태양이 따갑게 내리쬐는데도 얼어붙은 비탈길이 펼쳐지는 곳에서는 걷기를 주저하며 조심조심, 누가 그랬던가 눈이 게으르다고... 그말이 딱 맞는 것 같다. 눈으로 바라보면 '저 험한 길을 어찌 걸어갈까' 걱정하다가도 발자국을 내딛으며 앞으로 가는 것을 보면서, 살아가면서 생각하기보다 실천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효율적이라는 것을 느낀 시간이었다.
오뉴월 땡볕인데도 천지는 얼어붙어 있어 비취빛이 감도는 푸르른 물결춤을 보지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천지의 모습을 온갖 각도에서 감상하면서 뿌듯함과 대견함과 장엄한 정경을 마음자락에 담으면서 기쁨의 시간을 갖는다. 소중한 이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고 같이 오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꼬옥 같이 와야겠다는 생각다지기를 해본다. 등반 마지막 즈음에는 온몸의 기운이 다 빠지고 다리가 풀려서 한발 한발 내딛는 것이 천근 바위덩어리를 짊어지고 가는 듯 참으로 힘들었다. 온몸이 물에젖은 솜뭉치가 되어 가파른 그길을 내려오는 그 시간... 오로지 스틱에 의지하며 하산하는 길의 그 공포를 말로 표현하지 못하겠다. 어찌 그 멀고 험한 길을 내려왔을까나. 지금 다시 그 상황을 생각해도 오싹할 정도니 말이다.

멀고 험한 여정을 마치고 난 뿌듯함에 힘들었던 감정은 싹 다 사라지고 기쁨에 겨운 감동만이 남은 시간들... 이번에 결행한 백두산 산행은 여러가지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민족의 영산에 내 발자국을 구석구석 남겼다는 뿌듯함,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한 경험을 하고 민족의 영산의 꽃 천지를 여러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맛보았다는 점, 온갖 모습으로 우릴 반기던 백두산의 정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살아가는데 있어 큰힘이 될 것이라는 것 등은 이번 산행에서 얻은 소중한 결과물이다.
다만 백두산을 내 조국의 땅을 통해서 다가가지 못하고 중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한반도의 현상황이 참 많이 안타까왔다. 중국쪽 백두산(중국인들은 장백산이라 부른다)은 너무나 많이 파헤쳐져 있어 우리의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아픔을 같이 느꼈다면 과할라나... 산자락이 심하게 훼손된 현장을 보는 마음이 참 많이 아팠다. 종주를 하지 않더라도 차만 타면 바로 천지에 갈 수 있게 파헤쳐놓은 그 길들을 보노라면 누구라도 맘이 아플 것이다. 자연친화적인 개발이란 어폐가 있다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개발전략이 아쉬움을 드러내게 한 중국쪽 백두산 자락 파헤치기는 다시 생각해도 안타까운 일이다.
늘 소망하는 것, 늘 염원하는 평화통일의 열망을 이번 백두산 종주하는 내내 마음자락에 곱게 접어놓았다. 어쩌면 상투적인 마무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천지에 올라가서 먼 발치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북녘땅... 그 땅에 마음놓고 왕래할 수 있는 그날을 꿈꾸며 하루속히 평화통일의 길에 우리의 작은 힘들을 보태야 한다는 다짐과 결의를 해본다. 천지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렀던 그 마음을 아로새기며 살아있는 동안 평화통일에 대한 소망의 성취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
2011년 6월 23일 솔향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