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형사법은 증거제일주의를 제1원칙으로 함을 명정하고 있다. 여기서 증거란 물증, 즉 물적 증거를 뜻하며 이에 반대되는 개념이 이른바 심증(心證)이라는 것이다. 검찰이 내놓은 증거들 중에 물증이라고 할 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 설령 그럴싸한 심증이 있다손 치더라도 명백한 물증이 없는 한, 이를 증거로 단죄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이명박 정권과 그 해결사인 검찰과 언론이야 어차피 무법자들이므로 그렇다 치고, 이에 편승하여 곽노현을 타격하는 야당과 시민사회의 태도는 한마디로 어이없음이다. 끝까지 다투어서 무죄함을 밝히려 해도 시원찮을 판에 서둘러 백기를 들어 엎드리니 이런 흐리멍덩한 정신상태로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것인가?
싸우기도 전에 저항의지를 스스로 꺾어버리는 유약함, 바로 이것이 진보 진영의 해묵은 병폐다. 반면 분명히 패배한 선거(6.2지방선거 및 서울시 주민투표)조차 이겼다고 우기는 수구들의 무데뽀 근성은 그들이 50년 이상 장기집권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이다. 진보가 수구로부터 일방적으로 다구리 당하는 비밀은 이것이다.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진보 언론들조차 곽노현을 털고 가자는 논조가 대세인데, 도덕성의 상실을 그 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정치의 세계에선 도덕성보다 힘과 세력이 우선이다. 특히 심각하게 왜곡된 우리의 정치현실에서는 말이다. 가만 생각해 보라.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도덕성이 모자라서 산산조각이 났나? 아니면 힘과 세력이 모자라서 산산조각이 났나? 노무현 정치의 실패는 리더십과 힘의 부재에 따른 필연적 귀결이다.
상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범죄집단이다. 그 앞에서 도덕성 챙기게 생겼나? 그러다가 맞아 죽는다. 아니,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을 이끌고 온 정치인들 가운데 살아남은 도덕군자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있기는 한가? 내가 알기로 우리 현대 정치사에서 이렇게 멍청한 정치집단은 없었다.
너무도 쉽게 포기하고 마는 기존의 진보들과는 달리, 곽노현은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곽노현의 기백은 얼치기 진보들 전체를 다 합친 것보다 위력적이다. 진보는, 더욱이 50년 이상을 장기집권하는 저 수구들과 맞서 이기려면 무력하기 짝이 없는 도덕성보다 이 같은 우직한 투심이 필요하다.
만약 곽노현이 사퇴했을 경우 서울시장 선거는 교육감과 러닝메이트로 치러지게 될 것이고 이는 한나라당이 바라는 선거구도이다. 그래서 사퇴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곽노현 교육감이 아직은 무죄하다는 사실 때문에 사퇴하지 말라는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저들의 손에 죽게 한 것으로도 부족했나? 그래서 곽 교육감까지 저들에게 내어주어 죽게 만들 텐가? 의리로 보나 인정으로 보나 법적으로 보더라도 이래선 안 된다. 만약 그렇다면 진보야말로 싸가지 없는 인간군상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