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글은 문학광장 날적이에서 함께 입력된 라싸의별님의 글입니다. |

내장산과 연애하고 싶다
- 내장산에서
가을이면 벌겋게 숯불이 이글대는 듯한 풍경 덕에
조선 8경 위에 이름을 올리고 동서로 길게 누워
유유자적 안으로 깊이 감추고 있는 것은
단풍의 빛깔만은 아닐 터
저 멀리 위용을 뿜는 신선봉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문턱에서 다만 안부를 묻고 돌아선다
여름에 산을 찾았으니 어찌
타지 사람 만난다고 시퍼런 잎들이
서둘러 홍조를 띄고 반길 것이냐마는
이 길, 빽빽한 푸른 숲길을 따라
천천히 달리다 보면
눈 앞에 놓인 먼 산 위에는 벌써 단풍이 든다
마음으로도 단풍이 들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10월이 되면 빨강, 노랑 배낭을 메고
삼삼오오 이 길을 따라 저기 보이는 저 봉을 향해
갖가지 빛깔의 사람들이 밀려가겠지
비로소 가을이라야 청춘을 되찾아
정열의 힘을 토해 내는 내장산의 안부가
나는 내내 10월까지 궁금할 것이다
이제 가볍게 목례를 하고
눈인사를 하였으니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여 재회한다해도
첫만남인양 어색해하거나 내외하진 않겠다
내 다음에 이 길을 따라
그 속 깊이까지 들어서
흔적도 없이 함께 활활 타오를 것이다
내가 한 잎 단풍이 되어 스러져간다한들
신명나게 한 번 타올라 그 기쁨을 알았으니
하나도 슬프지 않을 것이다.
오늘 내가 묻는 안부는
너무 가벼워 송구할 따름이니
부디 잊어도 괜찮다
다만 뜨거운 피가 솟구쳐 오르는 10월,
내가 다시 여기 서거든 거침없이 나를 끌어 당겨
뜨겁게 안아다오.
훨훨 타올라 그 안에서 나는 기쁘게 죽어갈 것이다.
- 여름에 쓴 시를 꺼내 단풍 들게 하는 새벽
서둘러 그대와 인사합니다.
이봐요, 당신도 굿모닝?
내장산 대신 백담사 오대산이라도 나랑 같이 가주세요, 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