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부채 눈덩이·이용률 하락 겹쳐 전면 재검토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을 대표하는 철도 건설사업이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고위 관계자는 14일 “총 83조원에 이르는 철도건설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교통 수요와 이용자 편의를 고려해 사업 규모와 우선순위를 조정하되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11~2020년) 범위 안에서 하겠다”고 말했다.
철도공단이 추진 중인 건설사업은 고속철도 3건(21조9918억원), 일반철도 37건(45조7469억원), 광역철도 17건(16조7196억원)이다.

철도 구조조정은 공단의 경영난 때문에 이뤄지는 것이다. 공단은 부채가 17조원에 달해 하루 23억원씩 이자를 물어야 한다.
무리한 철도 건설과 철도 이용률 하락, 경부고속철도 건설재원의 50%를 자체 조달하면서 빚이 쌓였다는 게 철도공단의 자체 분석이다.
정부는 올 4월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발표하면서 향후 10년간 88조원을 철도건설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교통체계를 철도 중심으로 바꿔 저탄소 녹색성장의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투자는 엄청나게 늘고 있으나 과잉설계와 중복투자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교통 전문가인 김광재 이사장(전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장)이 올 8월 취임한 지 100일도 되지 않아 터널 내 안전사고가 잇따라 3건 일어난 점도 구조조정 일정을 앞당겼다. 공단은 문제가 된 경부고속철도 2단계 신경주역과 울산역의 선로전환기 장애를 9개월 동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또 3년 연속 청렴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철도 건설 구조조정으로 올해 집행 예정인 강원 원주~강릉 철도건설사업을 비롯한 상당수 예산이 내년 이후로 넘어간다. 경부고속철도 대전역사 증축공사, 호남고속철도 공주·정읍역사, 광주송정역사 신축공사도 연내 집행이 어렵다.
철도공단은 부실 현장의 안전관리 강화와 예산 낭비를 줄이는 재무관리, 신규 역세권 개발 및 복합환승터미널 개발, 잉여시설 임대사업 개발을 비롯한 부채 감축 대책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또 강원 원주의 3개역(서원주역, 남원주역, 만종역) 신설과 호남고속철도 3개역(공주역, 익산역, 정읍역) 과잉 선로 문제를 재검토하고 있다. 과잉 또는 불합리한 설계가 있다고 판단되면 노선을 변경하거나 설계 및 건설을 줄여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지역 및 관련업계의 무리한 요구에 흔들려 정책 판단을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철도건설 계획부터 설계, 시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철도공단은 신안산선 복선전철 여의도 외 12개 지하역사에 대한 설계공모 심사를 유보한 바 있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입상작에 주는 상금(3억원)도 공단 경영난을 감안해 취소할 계획”이라며 “설계 응모사에 공모 일정에 차질이 생긴 점을 사과했다”고 밝혔다.
철도공단의 다른 관계자는 “기본계획 수립부터 시공 중인 건설사업을 재검토 중”이라며 “운영자 중심이었던 건설 방향을 이용자 입장으로 전환하고 수요를 감안하지 않은 과잉 설계와 시공을 없애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설계나 시공 중인 사업은 설계변경을 통해 거품을 없애는 한편 철도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연계 교통망도 모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그동안 철도 설계는 철도공단이 하는 것이 아니라 엔지니어링 업체가 맡았다”며 “이들 엔지니어링 업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지나치게 공사비를 많이 들여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설계를 해 공사비가 부풀려진 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홍인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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