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글은 경북포항광장 출석방에서 함께 입력된 좋은 하루님의 글입니다. |
꽃들
1
배롱나무 꽃들이 만발한 수도원 뜰앞이 연분홍 단장으로 분주하네
꽃그늘 아래 초록 잎들이 이끄는 마당을
용맹정진하듯 걷다가
불혹의 발걸음 멈추게 하네
입술에 눈썹 위에 화장하고 나온 당신
붉게 달아오른 얼굴 부끄러워 한눈 팔 때
울긋불긋 잎들이 나즈막히 가려주네
성 베네딕도 수련원 뜰앞 배롱나무
부처꽃 수줍은 듯 피고 지면
누구나 별 하나 그리운 사람이 되네
2
송림사 5층 전탑 앞에 서면
먼 옛적 신라 사람들이 꽃으로 피어 있네
오랜 세월 비바람 맞고 피워 올린
인고의 꽃들이 피고 지는 곳
한적한 계곡 적막의 물소리
끝없는 고요를 감추며 흐르고 있네
누군가 찾아 와서 쉬어 가는 뜰안
배롱나무 부처꽃들이 가부좌 틀고 앉았네
3
배롱나무 꽃들이 창 밖에 지고 나면
저 나무처럼 초록을 기억하며
달빛이 지고 별빛 하나 서성이며
나즈막히 앉아 먼 하늘 바라보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 끝 어딘가에
홑씨 흩날리며 맺힌 백일홍이여
낮은 골짜기 깊은 계곡
소리 없이 흔들리며 피고 지는 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