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거센 외풍에 시달리고 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전격적으로 실시되고 정준양 회장(
사진)이 곧 사퇴할 것이란 정부 측 압박성 전언이 돌아다닌다. 정부가 자기 사람을 포스코 수장 자리에 심기 위해
상식 밖의 ‘포스코 흔들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6일 “정 회장은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없는데도 ‘정 회장이 정부 측과 퇴진을 논의 중’이란 식의 얘기가 정치권과 정부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며 “실체도 없이 최고
경영자의 거취 문제가 계속 제기돼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밝혔다.
▲ 청와대·정치권서 잇단 ‘정준양 사퇴설’
방중 대통령 ‘만찬 초청 제외’ 뒷말도
국세청 세무조사 등 “압박 극에 달해”
▲ “지분 0% 정부가 자기 사람 심으려 해”
전문가들 “회장 임기 보장해야” 비판
얼마 전부터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청와대에 사의를 표했다거나 청와대가 정 회장의 조기 사퇴를 종용하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나돌고 있다. 심지어 차기 포스코 회장 후보로 압축됐다는 ‘친박근혜(친박)’ 인사 3~4명의 이름까지 정부 쪽에서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는 시종일관 정 회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해석을 낳았다.
정 회장은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국빈만찬 초청자 명단에서 빠졌다.
지난달엔 10대 그룹 총수를 청와대로 초청했지만 정 회장은 여기에서도 빠졌다. 당시 청와대 측은 “순수 민간기업 총수만 초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이번 박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경제사절단에서도 제외됐다. ‘알아서 나가달라는 압박’이라는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압박이 극에 달한 형국”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세청은 지난 3일 포스코에 대해 전격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양측은 표면적으로는 정기 세무조사라고 설명하지만, 2005년과 2010년 정기 세무조사가 실시된 점과 서울청에서 대규모 조사인력이 파견된 점 등을 감안하면 올해 조사는 누가 봐도 특별조사에 가깝다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정부가 우회적으로 사퇴 압력을 넣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자 포스코에 대한 노골적인 압박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재계는 정부가 지분이 없는 기업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됐으며 현재 정부 지분은 0%다.정 회장은 2009년부터 포스코 회장을 맡아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2015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더구나 정 회장은 다음달 브라질에서 열리는 세계철강협회 총회에서 차기 협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는 순수 민간기업인데도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대선에서 공을 세운 이들에게 포스코 회장직을 바치기 위해 현 경영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박근혜 정부가 포스코 흔들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포스코는 민영화 후에도 유상부·이구택 회장을 거쳤지만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대선 직후 물러났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전 정부 친화적인 인물이 경영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새 정부가 그에게 사퇴를 종용해서는 안된다”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가 (정 회장의) 임기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정 회장의 임기가 끝날 무렵 포스코가 유능한 내·외부 인사를 자율적으로 선임하는 틀을 완성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