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불의와 타협 않는 바르고 건강한 아이로 키우겠다"...평생 진료권·책·축하공연 등 각계 성원 이어져
[미디어오늘
이하늬 기자]
2012년 12월 13일. 딸이 태어나던 날 아빠는 카카오톡 메신저 인사말에 썼다. "최종범 인생 끝! 이제 최별로 시작" 아빠는 '딸 바보'였다. "늦은 밤 집에 돌아오면 기름때와 땀이 범벅이 된 지친 몸으로도 별이를 안으며 '내 새끼 내 새끼 이쁜 내 새끼'라며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라고 별이 엄마는 말했다.
2013년 12월 13일. 최별이 첫 번째 생일을 맞는 날.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예수회 입구에는 '별이 빛나는 돌잔치'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강당 입구는 분주했다. 사람들은 별이의 첫 번째 생일 축하한다며 방명록을 썼고, 영상으로 축하 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축하공연 준비가 한창이었다.
딱 한 사람만 오지 못했다. "최별 인생을 살겠다"는 아빠만 없었다. 44일전 아빠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는 자신의 죽음이 "부디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남겼다.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에서 일하다 지난 10월 3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최종범(33)씨가 별이 아빠다.
별이 엄마 이미희(30)씨는 지난달 삼성에게 보내는 공개편지에서 "별이 돌잔치를 위해 함께 예약했던 뷔페를 취소하고 돌아오는 길, 그렇게 먼저 가버린 별이 아빠가 원망스러웠습니다. 다음달 13일이면 목숨보다 소중한 우리 별이의 첫 생일인데 아빠의 축하를 받지 못하는 우리 별이 돌잔치를 어떻게해야 할지모르겠습니다"고 썼다. 이씨는 지난 3일부터 삼성의 사과와 대책을 요구하며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노숙 농성 중이다.
그래서 동료들이 나섰다. 삼성전자서비스최종범열사대책위원회(대책위)는 "최종범 열사의 동료들과 그의 숭고한 뜻을 기리려고 하는 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잔치를 치르려 한다"며 "어쩌면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아빠도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별이의 생일을 축하해 주고 아내를 위로해주길 바라고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일주일간 돌잔치를 준비했다.
많은 곳에서 돕겠다고 연락이 왔다. 한의사들은 평생 무료 진료권을 선물했고, 민변 변호사들은 평생 무료 변론권을 선물했다. 한 출판사에서는 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책을 무료로 주겠다 했고 국회의원은 옷을 선물했다. 여성농민들은 평생 유기농 쌀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사나운복숭아' '한받' '성미산아이들' 등의 축하공연도 이어졌다. 예수회는 장소를 제공했다.
대책위 공동대표인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분이 와주셨다"며 "차별받고 노동권이 침해되는 현실을 별이에게 물려줘서는 안 된다. 별이가 자랐을 때는 억울하게 싸우는 일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씨 동료들은 "우리가 별이 아빠가 되겠다"고 했다. 동료들은 "슈퍼맨 아빠가 별이 곁에는 수없이 많이 있습니다. 천안의 아빠 동료들이 이제부터 모두 별이 아빠가 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에어컨을 세상에서 제일 잘 고치는 아빠, 요리를 잘하는 아빠, 야구를 잘하는 아빠. 모든 아빠들이 모여 오늘 별이 첫 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별이에게 "조금 있으면 어린이집도 가야되고 유치원도 다니게 될 텐데 네가 걸어갈 앞으로의 모든 생에서 우리는 아빠들은 늘 함께 할거란다"라며 "나중에 별이가 물었을 때 진짜 아빠가 얼마나 훌륭한 분이신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는지 설명해 줄 수 있도록 아름다운 세상 만들게"라고 말했다.
이에 최씨의 형 종호씨는 "동생이 별이 돌을 못 챙겨주고 떠나는 걸 마음 아파했을 텐데,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동생의 선택이 별이를 버리고 떠난 것이 아니라 별이를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동생이 외롭게 떠났지만 많은 분들이 함께 싸우는 걸 동생이 보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부인 이씨도 "비록 이 자리에 아빠가 함께 하진 못하지만 별이의 첫 생일을 많은 분들의 격려와 축하 속에 따뜻하게 보낼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면서 "별이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별이를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친구를 귀하게 여기는 바르고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키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