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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청산 | 2014-03-20 22:02:06 | 조회 1422  |  추천 : 5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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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칩거 10개월···그의 집 주변, 그리고 대한민국은? [경향신문 2014.3.18]

 

이명희 기자 minsu@kyunghyang.com

 

지난해 5월 미국을 순방한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하던 중 인턴 여직원을 성추행해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58)의 행방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해 5월11일 기자회견 이후 행적을 감춘 윤 전 대변인의 근황을 궁금해했고, 언론도 뒤를 쫓았지만 그의 현재 행적을 알아내지는 못했다.

 

칩거가 길어지자 그의 근황에 대한 궁금증만 커져갔다. 지난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윤 전 대변인이 집에서 치킨을 시켜먹었다”, “그가 누리꾼을 모욕죄로 고소했다” 등의 소문이 떠돌기도 했지만 둘 다 사실이 아닌 걸로 확인됐다.

 

다만 한 언론사의 보도로 윤 전 대변인이 지난달 4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신장암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만 확인됐을 뿐이다.

 

윤창중 01 (경향).jpg

▲ 성추행 의혹으로 전격 경질된 윤창중 청와대 전 대변인이 지난해 5월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성추행 사건 10달째, 윤씨는 과연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의 집을 다시 찾아가 봤다. 신장암 수술을 받은 뒤 퇴원했다면 집에서 요양 중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찾은 경기 김포시의 윤씨 아파트 주변은 조용했다. 취재진이 몰려들어 진을 치고 있던 지난해와는 천지차이였다. 집의 초인종을 몇차례 눌러봤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현관 문에 붙어있는 전단지도 없었고, 우편함도 텅비어 있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윤씨 가족의 행방을 잘 알지 못했다.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요즘 윤씨와 그 가족들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지난해 사건 직후 윤씨의 부인을 만난 적이 있는데 주민들과 만날 때마다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며 “요즘은 윤씨 부인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동에 산다는 한 주민은 “윤씨가 이사를 간 것 같다. 용달차로 몇 번 짐을 실어 갔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했다. 윤씨 집에서 짐이 나가는 걸 직접 봤다는 주민도 있었다. 그와 같은 줄에 살고 있다는 이 주민은 “지난해 10월 쯤 윤씨 집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책을 차에 실어 나가는 걸 봤다”고 주장했다. 또 “윤씨 아들과 같은 헬스클럽을 다녔는데 요새는 아들이 운동하러 나오지 않는다”며 “가족들이 이 곳에 살지 않는것 같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엘리베이터에서 한 중년 여성을 만난 사실도 전했다. 그는 “못보던 중년 여성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길래 여기 사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대답했다”며 “이사왔느냐고 물으니 대답을 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여름 이후 집이 내내 비어 있었는데 그 중년 여성을 본 이후로는 밤에 윤씨 집의 불이 켜져 있었다”며 “누군가 와서 살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집이 비어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관리원 ㄱ씨는 “윤씨가 공식적으로 이사간 사실은 없다”며 “관리사무소를 거치지 않고 차를 불러 짐을 빼내가거나 이사를 가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그 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는 관리실에서도 알 수 없다며 확인해 주지 않았다.

 

윤창중 02 (경향).jpg

▲ 지난 13일 찾은 경기도 김포에 있는 윤창중 전 대변인의 자택이 있는 아파트 입구


윤씨 집은 인근 부동산중개소에 매물로도 나와 있지 않았다. 부동산의 한 직원은 “윤씨 집이 매물로 나와 있지도 않고 세를 놓은 사실도 없다”며 “누군가 와서 산다면 자기들끼리 와서 그냥 사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업소들끼리는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윤씨 집이 매물로 나와 있지 않은 것은 확실해 보인다. 부동산 관계자는 “만약 매물로 내놓고 이사를 갔다면 소문이 파다했을텐데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며 “사람들이 몸만 움직였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윤 전 대변인이 2011년 초부터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 이 아파트는 254㎡(77평) 크기로 현재 전세가는 1억5000만원, 매매가는 4억5000만원 선이다.

 

이날 만난 주민들의 말과 관리사무소의 말을 종합해 보면 윤씨는 공식적으로 이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곳에 살고 있지는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윤씨가 신장암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병원의 담당의사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거절당했다. 이 병원 홍보실 관계자는 지난 17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한 매체의 보도로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질병정보가 공개돼 병원도 유감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치료상태와 경과 등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인 만큼 병원 측은 물론 담당 집도의도 말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윤 전 대변인의 혐의는 지난해 5월7일(현지시간)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하던 중 주미 한국대사관의 여성 인턴을 새벽에 속옷 차림으로 있는 자신의 호텔 방으로 부르거나 엉덩이를 움켜쥐는 등 성추행했다는 것이다.

 

윤 전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1호’다. 윤씨의 성추행 사건 때문에 박 대통령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 사건은 박 대통령의 미국방문을 얼룩지게 했고, 해외 언론에까지 대서특필돼 나라의 이미지를 추락시켰다는 비난을 샀다. 영국 BBC는 지난해 5월12일 “박근혜 대통령 대변인인 윤창중이 워싱턴 호텔에서 한국계 미국인 인턴을 더듬었다”고 해당 사건을 언급하면서 “박 대통령의 전 대변인은 성희롱 사건에 대해 문화적 차이’라고 밝히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 신화통신은 지난 연말 이 사건을 ‘세계 8대 굴욕 뉴스’로 꼽기도 했다.

 

이 사건은 현재 미국 연방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이 매우 단순한데도 이 사건은 10개월이나 지난 지금까지 수사가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윤씨 변호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김석한 변호사는 한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외부 접촉은 변호사인 나 말고는 안하고 있다”고 윤씨의 근황을 전하며 “미국 검찰이 수사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검찰이 윤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는 소식도 없다. 체포영장을 발부해도 윤씨가 소환에 응할지도 미지수다. 징역 1년 미만의 경범죄는 한·미 범죄인인도조약의 대상이 아니어서 강제집행이 불가능하다. 윤씨의 성추행 사건은 경범죄로 분류돼 있어 사건발생일(지난해 5월7일)부터 3년 뒤인 2016년 5월7일 자동 종료된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수사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윤씨 해임 이후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지난달 12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당시 주미 한국문화원의 사건 묵살·은폐 의혹이 있었는데 정부에서 조사하고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의 재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홍원 국무총리는 “미국에서 사법절차가 지금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련자가 형사 사건에 연루됐으면 당연히 미국에서 조사를 할 것이고 내부적으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교육이나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유승희 의원실 관계자는 17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상임위와 대정부질의 등 여러차례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지만 정부측 답변은 미국의 수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여성가족부 조윤선 장관이 미국을 방문할 때도 주미 한국문화원 등에 문제제기를 하고 당시 사건 조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여성가족부는 ‘우리가 조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며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만 답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4일 전국여성연대 등 1000명의 여성이 윤씨를 성추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도 수사를 하고 있지는 않다. 검찰 역시 미국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6월19일부터 성범죄와 관련해서는 친고죄(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범죄)와 반의사불벌죄(합의 등을 통해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죄) 조항이 사라졌지만 윤씨의 성추행 혐의는 이보다 앞선 지난해 5월 발생한 일이어서 소급 적용이 안된다는 것이 검찰 측이 내세우는 이유다.

 

고발 당시 성명을 내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를 항의방문했던 손미희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는 17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지금까진 진전된 것은 사실상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당시 검찰에 한국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국민들이 모욕감을 많이 느낀 사건이므로 검찰이 나서야 하는 일이라고 했지만 ‘미국의 수사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만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가지 변화는 있다. 이 사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지난 7일 KT스카이라이프의 새 대표이사 후보로 선출됐다. 이 전 수석은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승인을 받아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제 윤창중만 자리잡으면 되겠다”는 등의 비아냥이 나왔다.

 
기사원문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3191054311&code=91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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