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란이다. 낫과 죽창을 안들었을 뿐이지 이미 원성과 분노가 천지를 뒤덮었다. 성난 민심의 물결은 무능하고 형편없는 권력의 중심인 왕궁으로 향하고 있다. 멋진 옷으로 자신을 과시하는 일 외에 세상천지도 모르고 무능하기 짝이 없었던 마리 앙투아네뜨. 그녀를 끌어 내리라는 함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오프라인이 아닌 사이버 세상에서 적어도 지금 이 나라의 상황은 프랑스 대혁명 전후의 모습이다. 무능한 정부와 앵무새 같은 언론은 공범이다. 스스로 자초한 유언비어와 흉흉한 민심을 수사하여 엄벌하겠다고 대국민 협박을 서슴치 않는다. 칠흑 같이 캄캄한 배속에서 물은 목 위로 차오르고 있는데 바깥에서 그들은 배 탄자와 죽은 자와 실종자 숫자만 세다가 나흘을 허비했다. 정권과 언론의 거듭된 거짓에 피 마르고 악에 바친 민심이 청와대로 향하겠다는 분노의 행진을 급기야 경찰병력이 막고 있다. 저 분노의 대열에 그들만이 있는가. 나도 있고 너도 있고 만백성이 모두 있다.
아! 우리는 어찌된 운명으로 저 1789년의 세월호를 타게 되었을까? 오늘의 대한민국이 바로 저 세월호다. 몸서리 쳐지도록 이 극명한 상징. 그러나 헛된 꿈속의 상상이 아닌 엄연한 현실이다. 선장과 선원들이 도망가버린 저 배 속에는 어린 학생들만 타고 있는가? 이제 오천만 백성 모두가 타고 있다. 저 배가 바로 이 나라다. 목불인견의 실체가 드러나버린 이 정부의 모순과 무능과 부조리, 순간을 모면하려 고개 숙여 사과하지만 잊혀지면 반복되던 자본의 탐욕과 위선, 실태의 본질과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기는 커녕 부르는대로 방송하고 남의 것 베껴쓰기에 능란한 방송과 언론, 콧 속까지 바닷물이 차오르고 숨이 넘어가는 순간에도 저들을 위해서 불철주야 기도만 하자고 외치는 행동없는 종교.
무섭고 억울한 운명이지만 세월호를 탔다. 비통한 심정이지만 세월호가 침몰하였다. 6.25 당시 서울을 버리고 달아나 버린 소위 건국의 아버지라던 이승만처럼 선장과 선원들이 일찌감치 사라져버린 세월호.
그 속에는 어린 생명의 천진난만한 봄과, 도시의 삶에 지친 귀농의 희망과, 신혼을 앞둔 연인의 부푼 꿈과, 제자에게 구명복을 입히며 너희가 먼저라며 등떠민 스승의 자애와, 한명의 승객이라도 더 살리기 위한 승무 여직원의 숭고한 희생도 그대로 고스란히 수장되었다. 이것이 우리가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란 여객선 세월호의 진면목이다.
침몰시키자. 치욕스럽지만 이제 완전히 수장시키자. 모순과 부조리, 탐욕과 위선, 불의와 무능, 건국이후 현대사에 덧 씌어져 온 그래서 구석구석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는 저 모순의 배를...
그래서 일본이 쓰다 버린 것을 개조한 배가 아니라 선장이 승객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배가 아니라 선원이 고객에게 거짓말하고 위협하는 배가 아니라 인간애와 사랑이 키를 잡고 책임과 희생이 노를 저으며 정의과 인권이 닻을 내리는 이 나라의 전혀 새로운 배를 다시 건조하자. 역사에 결코 부끄럽지 않을...
<노화욱 극동대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