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글은 서울영등포광장 출석부_자유글에서 함께 입력된 박무님의 글입니다. |
어제 예은이의 발인에 참석하였습니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아침 6시
이른 시각인데도 고속도로는 차량이 가득 차
안산까지 가는데 1시간 30분 가까이 걸려
간신히 영결식 진행 중에 도착하였습니다.
*
식 후에 영구차는 예은이가 다녔던 단원고등학교를 먼저 찾았습니다.
우산 받쳐 들고 막 교정에 들어서는 학생들이
멈춰서 진입하는 영구차를 쳐다보는 모습을
버스 안에서 보면서
저 아이들은 이 영구차를 보는 심정이 얼마나 복잡할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더군요.
차가 멈춰선 후
영정을 앞세워 학교 건물에 들어섰습니다.
예은이의 교실은 3층이라 계단을 통해 올라가는데
길목 곳곳엔 살아남은 아이들의 어머니들이
자봉 띠를 가슴에 달고 참담한 얼굴에
깊은 목례로 영정을 맞이하였습니다.
*
영정은 그들을 통과하여 예은이의 교실로 들어갔고
따라 들어간 저는 교실의 풍경에 그만 충격이 오고
다리가 떨려 서있기 조차도 어려웠습니다.
빈 교실 그 각각의 책상 거의 다엔
하얀 국화와 빨간 장미가 거의 빈자리 없이 놓여 있었던 것입니다.

떼죽음.
몰살.
하얗게 질식된 뇌리에 이 두 단어만이 크게 각인되었던 것입니다.
하얀 국화는 시신을 발견한 아이 책상에 놓여있었던 것이고
빨간 장미는 아직도 생사가 불투명한
이젠 끊어지기 직전의 실낱같은 희망을 상징했던 것입니다.
메스컴에서 어느 학급은 단 한 명만 생존해 있다는 얘기
그리고 조문 갔던 임시 합동분향소에서의 가득 걸린 영정을
직접 듣고 보았지만
실제 교실 내에서의 그 널려져 놓여 있는 꽃들은
더 이상 꽃들이 아니라 어린 학생들의 처참한 주검들의 모습으로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입니다.
*
무너지는 가슴과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기가 너무도 힘든 가운데
창가 한 구석의 예은이 자리엔
그 아이의 어머니 그리고 할머니의
목 놓아 우시는 그 곡소리가 산산이 허공에 부서져 갔습니다.
모든 사람이 같이 흐느껴 울 수밖에 없는 너무도 기가 막힌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그런 그 기가 막힌 와중에도
그런데 예은이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한 참을 예은이 자리에서 통곡하던 예은이 어머니는
책상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딸과 다름이 없이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아이들의 자리에 놓인 국화를
하나하나 어루만지면서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울음을 쏟았던 것입니다.
교실 두 바퀴를 순회하며
모든 아이들의 국화를 쓰다듬는 예은이 어머니의 모습은
너나 할 것 없이 죽은 아이 모두의 어머니였던 것으로
정말 너무도 아프게 비춰지더군요.
(예은이 아빠도
딸의 생사가 극히 불투명 한 가운데
그간 가족 대표의 일원으로
자신을 돌보지 않고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아 왔고
빈소에서조차 자신의 슬픔은 가슴깊이 묻어두고
문상객들 불편함이 없는지에 일일이 신경써왔듯
그들 부부는 이렇게 정말 따뜻한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
그간 우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던 예은이 아빠도
굵은 눈물을 연신 흘리는 가운데
다시 영정은 차량에 올라 수원 연화장으로 행하였습니다.
우리의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화장하시느라 들렀던 그곳.
그곳엔 이미 도착한 다른 아이들 여럿의 화장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예은이도 가족의 오열 속에 이어 화장 예식을 치렀습니다.

화장 하는 가운데
대통령님의 작은비석이 놓인 곳을 찾았습니다.
부슬비 속에 그 모습은 더욱 고적하고 처연하더군요.

*
화장이 끝나고 이제 가루로 화한 예은이의 봉안함은
평택의 서호추모공원으로 향해
그곳에 잠시 안장되었습니다.
나머지 학생들의 장례가 모두 마쳐질 때
안산에 모셔진다 하는군요.
오후 3시가 넘어 안산에서 예은이의 아버지
유경근(한걸음)님과 헤어졌습니다.
악수할 때 그의 ‘고맙다’는 말에
저도 모르게 ‘미안하네’ 하는 말이 나오더군요,
그렇습니다.
정치에 앞장선 그 누구도
작금의 이 충격적 사건 앞에 책임을 모면할 수 없다는 판단이며
그래 저도 정말 미안해야만 하는 입장이었던 것입니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
후회 가득한 과거
그리고 한없이 무기력하고 무능한 지금.
너무도 갑갑하고 가슴 아파
마냥 어디론가 가버리고 싶은 가운데
간신히 운전대 부여잡고 돌아온 어제였습니다.
*
다시 한 번 예은이 그리고 예은이 친구들 모두의 명복을 빌며
저 세상에서 영생 행복을 얻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