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을 다니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오 월의 여왕이란 말이 있는 걸로 보아서 매년 오 월은 각 대학에서 축제가 있는가 봅니다. 축제란 어떤 대상이나 분야를 주제로 하여 벌이는 대대적인 행사란 뜻과 제방을 시공하는 작업이란 뜻을 가진 한자어입니다. 최근 서울여대 총학생회 측에서 청소노동자들이 학교 측의 일방적 임금삭감에 단식으로 저항하며 내건 현수막을 "보다 나은 축제 환경조성 위하여 철거를 결정하였다"며 축제 당일 새벽 1시에 철거하여 농성장 앞에 검은 비닐에 담아 둔 모양입니다. 서울여대 총학생회는 이 소식을 접한 졸업생과 누리꾼들로부터 비난을 받았습니다. 생존이 달린 문제를 알리고 연대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적은 글을 천 조각이라 표현했더군요. 청소노동자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이었을 텐데요.
덕성여대 학생들은 축제기간 동안 청소노동자들의 노동 환경 개선과 최저임금 1만 원 쟁취를 위한 연대 주점 '엄마를 부탁해'를 마련하여 수익금 전액을 청소노동자들의 복지 기금과 연대(투쟁) 기금으로 쓰겠다고 하였다는데 똑같은 현상과 사실을 대하는 자세가 지성인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대조적이더군요.
그들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학비를 벌기 위해 알바를 하더라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기 위해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아 삶의 질을 개선하며 살아야 하고, 그 와중에 마주하게 되는 불평등에 맞서야 하고 사회적 불의와도 맞서야 할 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연대'가 가장 큰 힘이고 수단이 될 것입니다.
제가 읽었던 여성학 관련 책 중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쓴 <일상의 반란>이란 책에서 서울여대 학생회에 전하고 싶은 게 있어 옮겨 봅니다.
"우선 학생들은 학생들의 돈으로 지불되는 의료 서비스에 산부인과 검사와 치료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 항의하면서 등록금 납부를 연기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자 교수들은 수개월에 걸쳐 여성 차별적인 임용 평가 기준을 자세히 공개했다. 이번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전화 교환수들과 저임금을 받는 다른 직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세 집단이 힘을 모아 네트워크를 만들고 서로를 지지하고 나섰다. 하루 동안 전화가 한 통도 오지 않고 다른 곳으로 전화를 걸 수도 없었다. 그러자 무슨 일인가가 일어났다. 각 집단이 요구하던 것이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전화 교환수들이 학생과 교수의 지지 없이 혼자서 파업을 일으켰다면 해고되었을 것이다. 또 교환수들이 없었다면 학생과 교수 집단의 요구도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에게 닥칠 불이익 따위에 아랑곳 않고 불평등에 저항하고 공정한 사회를 위해 또는 다른 이들의 투쟁에 대해 우리는 왜 연대하고 함께 싸워야 하는지는 바로 위의 인용구에 잘 나와 있습니다. 그들이 불의는 참지만 불이익은 못 참는다는 부류로 전락하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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